전남대 누드모델 “수업중 몰카·성추행…지도교수는 방관”

입력 2018-05-31 10:53
전남대 누드모델 '도촬 피해' 주장 대자보. 사진=전남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캡처

홍익대학교 누드모델 몰카 유출사건에 이어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도 누드모델이 수업 중 몰카를 당했으며 학교의 미온적인 대처로 성추행 등 2차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학원 측은 대자보의 진위 여부를 파악한 뒤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30일 전남대 대나무숲에 “저는 누드모델 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 사진이 올라왔다. 이 대자보는 전남대의 한 건물에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 A씨는 지난 3월말부터 5월까지 전남대 예술대학원에서 모델 수업을 진행한 누드모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3월 28일 진행한 대학원 수업에서 B모 대학원생이 수업 중에 나의 나체를 몰래 촬영했다”며 “다른 대학원생의 제보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B씨에게 영상을 확인하겠다고 요청했더니, 자신을 몰상식한 사람으로 몰아간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 그는 '자! 됐지?'라고 말하며 영상을 지웠지만 사과는 없었다”며 “당시 대화 소리는 꽤 컸고 지도교수 바로 뒤에서 일어났지만 지도교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후 지도교수는 수업에 집중하느라 몰랐다는 변명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전남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캡처

A씨 “이런 동영상이 한 개만 있는 게 아니었다”며 “학과사무실에 당시 일어났던 일들을 얘기하며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B씨는 “안 그래도 나이 먹어서 학교 다니는데 사진을 어디에 쓰겠냐.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이번 일로 너무 상처받았다. 자퇴할까 생각 중이다”고 되려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B씨는 4월 4일 수업시간에 A씨에게 공개사과를 했다. 그는 “나도 너만한 자식이 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며 “나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나 되게 아팠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다. A씨는 “도무지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말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진=전남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B씨의 가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 5월 9일 A씨를 따로 불러 “사진 한 번만 찍으면 안되냐”는 요청을 해왔다.

A씨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홍익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수업 시작 전 지도교수가 홍대 사건을 언급하며 주의를 주었음에도 B씨는 같은 일을 반복하려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업시간 중 자신이 원하는 포즈를 취해달라며 몸을 만졌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A씨는 “지도교수는 이번에도 아무런 제지나 말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수업이 끝난 후 학과실에 더 이상 B씨가 수업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제야 학과실은 B씨에게 수업 참가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 가해진 이런 2차 가해로부터 학과실이나 지도교수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고 방관했다”며 “3월 말, 이씨의 폭력이 있었음에도 모델 수업 참가를 용인하고 방관했던 전남대 예대의 서면 사과와 해당 수업 지도교수의 서면 사과를 원한다”고 요구했다.

A씨는 이날 오후 지인을 통해 SNS에 추가로 글을 올려 “피해자인 저는 여성이 맞다”며 “가해자인 대학원생도 여성”이라고도 밝혔다.

전남대 측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자보가 진짜 있는 건지 확인을 해야한다”며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