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민기 ‘미투’ 폭로자가 받은 살해 위협 메시지

입력 2018-05-31 10:00


뉴시스

성추행 의혹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고 조민기씨 사건 피해자들이 살해 위협 메시지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성폭력 반대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 모임(졸업생 모임)’ 소속 A씨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회 ‘이후 포럼’에서 “조씨 사망 소식이 보도되자 오히려 피해자들이 무분별한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A씨는 “‘밤길 조심하라’ ‘죽이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왜 피해자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피해자가 죄인이 돼야 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부터 조씨 문제를 조교나 선배와 상의했고 학과 교수 총회도 열렸지만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피해자들은 여러 차례 여러 방법으로 목소리를 냈지만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폭력에 노출된 채 학교를 졸업했다”고 호소했다.

또 “학교에 진상규명과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교수진들은 여전히 방관하고 있다. 가해자가 져야 할 책임마저 피해자가 전가 받았다. 학교의 진상규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촉구했다.

조씨의 상습 성추행 의혹은 2월 20일 청주대 출신 연극배우 송모씨가 페이스북에 자신의 피해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청주대는 조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곳이다. 송씨는 조씨가 청주에 위치한 자신의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러 술을 강요하거나 성추행 및 성희롱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이후 다른 학생들의 추가 고발이 연이어 나왔다. 커피숍에서 근무하던 시절 조씨 차 안에서 성폭행을 당할뻔 했다는 여성도 등장했다. 조씨가 음란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해 보냈다는 여성의 폭로까지 이어졌다.

조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송씨 페이스북에는 “이제 만족하냐”와 같은 악성 댓글이 수십여개 달렸다. 이에 졸업생 모임은 3월 27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