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오른팔’ 김영철, 폼페이오와 만찬회동… 美, 각별한 ‘예우’

입력 2018-05-31 08:44 수정 2018-05-31 08:47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3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만찬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두 사람은 1일까지 1박2일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고위급회담을 갖는다.

27일부터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실무협상은 마무리됐다. 양측은 북한의 중대한 선제조치와 미국의 체제보장 방안이 담긴 초안을 작성해 본국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확정하는 ‘뉴욕 담판’을 벌이게 된다.

외교소식통은 “북·미 간 판문점 회담에서 할 수 있는 협의는 사실상 끝났다”며 “공은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뉴욕 회동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진행 과정을 보면 순조롭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긍정적인 미국

미국 정부는 최근 진행된 북·미 협상에 긍정적 신호를 내놓았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이 내달 12일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최를 사실상 공식화한 발언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언급하며 "비무장지대(DMZ)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오늘 만났고 내일 다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회담은 긍정적으로 진행됐다.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월 12일에 열린다면 우리는 (그에 맞춰) 준비할 것이며 그렇지 않고 7월 12일에 얼린다면 또 (그것대로)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더스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뉴욕으로 이동해 김 부위원장과 만찬을 하고 31일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일은 회담 일정으로 꽉 찰 것"이라며 북미 고위급회담이 ‘마라톤협상'으로 장시간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 美, 김영철에 각별한 ‘예우’

북·미 정상회담을 막후 조율해온 김영철 부위원장은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CA981편을 타고 뉴욕으로 출발했다.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대행과 김성혜 통전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김 부위원장을 수행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내에서 취재진이 방미 목적 등을 묻자 아무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뉴욕 JFK 국제공항 1터미널에는 그를 기다리는 각국 취재진이 집결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탑승한 에어차이나 CA981기는 오후 2시쯤 도착했다. 이와 맞물려 6∼7대의 검은 세단과 경찰 차량이 계류장으로 들어갔고, 30여 분 뒤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검은 세단 행렬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공항에 있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들은 “미 국무부 측에서 별도로 모시고 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측이 김 부위원장을 각별히 ‘예우’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교 소식통은 "계류장에서 직접 에스코트하는 것은 통상 국가원수급에게 제공되는 것"이라며 "국무부기 김 부위원장의 의전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변인은 김 부위원장의 뉴욕 도착 사실을 확인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오른팔'로 묘사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공항을 빠져나간 김 부위원장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시간 남짓 지난 오후 3시30분이었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도착한 김 부위원장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채 호텔로 들어갔다. 유엔본부 및 주유엔 북한대표부와 인접한 곳으로 뉴욕을 찾는 북한 고위 당국자가 자주 사용하는 곳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