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공포… 명동역 이어 광주터미널, 잇단 ‘몰카제보’

입력 2018-05-30 16:29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광주 유스퀘어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몰카 나옴.”

지난 27일 국내 대학 재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이런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광주 유스퀘어 고속터미널의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몰카)가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사진 = '에브리타임' 전남대학교 광주캠 자유게시판 게시물 캡처.

게시물에는 화장실 변기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변기 커버에 드릴로 뚫린 듯한 흔적이 있었다. 이용자들은 “벽에 구멍을 뚫는 것도 모자라 변기 커버에도 카메라를 설치한다” “몰카범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 “정말 더러운 짓이다”라며 분개했다. 이 게시물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급속히 확산됐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확하지 않았던 화장실 위치를 제보한 게시물도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문제의 화장실 위치는) 고속터미널의 ○○○ 파는 곳 근처”라고 설명하면서 “(변기에 붙은) 스티커 밑은 모르겠는데 나머지 두 구멍은 현재 카메라가 제거된 것 같다”고 전했다.

제보가 이어지자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광주지방경찰청은 28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최근 SNS에 유포되고 있는 ‘유스퀘어 여자화장실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제보’와 관련해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면서 “28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불법 카메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 = 광주지방경찰청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경찰은 “해당 변기 시트에 드릴 자국으로 보이는 구멍이 4개 있고 그 중 두 곳에 ‘몰카금지’라는 동그란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 구멍은 유스퀘어 미화소장이 시트에 담배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드릴로 지우려다 난 자국”이라면서 “해당 변기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카메라 등 기타 기계장치는 전혀 없었고 변기 시트는 즉시 새 것으로 교체했다”고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여러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화장실 내 벽면에 발생한 구멍 등에도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광주지방경찰청 측은 “(광주 유스퀘어 터미널) 화장실 내 벽면에 발생한 구멍 등도 시민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제거를 요청했고 주기적으로 탐지기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진 = 광주지방경찰청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이 같은 ‘몰카’ 제보는 최근 부쩍 잦아졌다. 그만큼 몰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돼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 4월에는 대전에서 “중앙로 지하철역 여자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휴대전화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확인했지만 그 화장실에 있던 사람은 여성으로 밝혀졌다.

지난 29일에도 “서울 명동역 화장실 바닥에 구멍이 있고 구멍 안에 카메라 렌즈가 설치돼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확인 결과 이는 명동역 지하쇼핑센터의 여성용 공중화장실 바닥에 난 구멍이었고 촬영용 기계가 설치된 흔적은 없었다. 센터 관계자는 “바닥 구멍 안에 물이 고여 빛이 반사돼서 사진에 몰카처럼 찍힌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경찰이 집계한 불법촬영 범인 검거율은 96% 수준이고 지난 5년간 불법촬영 범죄로 검거된 사람은 1만9623명”이라면서 “불법 촬영범의 경우 검거율은 높지만 실제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주로 성폭력처벌법 대신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된다.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맹점이 있어 법 개정 등을 포함해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