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관광지에 ‘구걸’하는 해외 배낭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직접 만들었다는 액세사리, 사진 등을 판매하며 여행 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까지 생겼다. ‘베그패커(Begpacker)’다. 구걸하다는 뜻의 영 단어인 ‘beg’와 배낭여행객을 지칭하는 ‘backpacker’의 합성어다.
이들 ‘베그패커’들은 대부분 서구권 여행자로 “여행 경비가 없다”면서 번화가 노상에서 물건을 판매하거나 거리 공연(버스킹)을 하며 여행 경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베그패커’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구걸’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대다수다. 한국인들이 다른 외국인보다 백인에 비교적 호의적인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그패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일부 ‘베그패커’는 여행비가 없다면서 DSLR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고, 차비가 없다며 교통비를 지원해달라는 명목으로 버스킹을 하고 있으면서 공연 장비는 충분히 교통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것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베그패커’들이 여행 경비를 명목으로 얻은 금액을 ‘사치’에 사용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여행을 어떻게 할지는 개인의 자유이고, 사람들이 ‘베그패커’에 돈을 주지 않으면 알아서 사라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들은 ‘베그패커’들이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기보다는 사진이나 음악을 제공하는 등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행위 자체를 ‘구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베그패커’들이 많아지자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적이 이어지자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나라도 있다. 태국은 지난해부터 관광객 비자를 받은 여행객이 반드시 일정액 이상의 현금을 소지해야 하는 규정을 마련했고, 베트남은 지방 관광 당국이 직접적으로 “베트남에서 구걸 행위는 금지돼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광 비자를 받고 와서 세금을 내지 않고 영업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우리 경찰 당국에서도 판매 행위를 제지하는 등 대응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없을 경우 일괄 단속이나 처벌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