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폼페이오’ 이어 ‘트럼프-김영철’ 회동?… 트럼프 “내 에너지 北에 집중”

입력 2018-05-30 08:13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29일 포착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미국 동부 시간으로 30일 오후 뉴욕에 도착한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갖게 될 거라고 백악관과 국무부가 밝혔다. 관심은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을 넘어 ‘트럼프-김영철’ 회동이 이뤄지느냐에 쏠리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 차례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면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한 것이다. 김영철 부장의 뉴욕행은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과 닮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렇듯, 김영철 부장은 이번 대화 국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생각을 확인하러 갔던 폼페이오 장관처럼 김영철 부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체제보장 의지’를 직접 확인하는 임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에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다양한 접촉이 이뤄지고 있으며 게다가 김영철 부장이 뉴욕으로 오고 있다. 내 서한에 대한 아주 강력한 반응이다. 감사하다”고 썼다. 자신이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북·미 회담 취소 서한에서 “북한이 적대감을 접고 정상회담을 다시 하고 싶다면 언제든 알려 달라”고 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다른 글에서는 “앞으로 북핵 문제에 내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영철 부장의 뉴욕행을 공개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북한 문제에 쏟아 부어야 할 때라고 말한 대목을 일각에선 김영철 부장과의 회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뉴욕에서 열릴 폼페이오-김영철 고위급회담이 순조로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이나 워싱턴에서 김영철 부장을 직접 만나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에 대한 최종 확약을 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상회담을 위한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은 판문점, 싱가포르, 뉴욕의 ‘삼각채널’로 진행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의전과 경호, 판문점에서 비핵화 의제를 다루고, 뉴욕에서 열릴 고위급회담을 통해 핵 담판의 마지막 단추를 꾀는 모양새다. 뉴욕 채널이 열렸다는 것은 판문점 실무협상이 긍정적인 결과물로 이어졌음을 뜻한다. 북·미 간에 사실상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 ‘최종 확인작업’만 남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 회담은 30일 하루 또는 30~31일 이틀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29일 오전 10시쯤(중국시간)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당초 그는 이날 오후 1시25분 워싱턴행 중국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베이징 도착 뒤 30일 오후 1시 뉴욕행 항공편으로 예약을 변경했다. 공항에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대행도 목격돼 함께 방미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 부장이 중국 쪽 고위 인사들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방미 일정을 늦췄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 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가는지도 관심거리다.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 등 북·미 간 주요 걸림돌이 해소되고 마지막 단계로 최고지도자 간의 진의 확인 절차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에 기인한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도 한 차례 더 방북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판문점 통일각에선 지난 27일에 이어 30일 다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끄는 실무팀이 의제 조율을 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미국팀과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끄는 북한팀이 의전·경호·보안 문제를 논의했다. 헤이긴 부비서실장은 일본 NHK방송 기자를 만나 “오늘 아주 많은(a lot of) 미팅을 한다”고 말해 북한과 수차례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