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이부진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친분이 있는 구청 공무원의 뇌물죄를 덮어주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4월 서울 중구청 도심재생과 팀장 임모씨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임 전 고문이 임씨에게 돈을 건네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2013년 10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한 번에 수백만 원씩 수백 차례에 걸쳐 입금된 7억5000만원으로 뇌물수수 의혹을 받았다. 공무원의 소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돈이라는 점에서 의심을 받은 임씨는 “임 전 고문과 친분이 있어 호의로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고문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 사이에서 돈이 오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임 전 고문이 지난 4년 동안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은 6200만원이었으며 자택 압수수색에서도 현금 다발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고액의 현금을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면 돈을 언제 어디서 건넸는지를 기억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처음 돈이 입금되기 시작한 시점도 이들이 알고 지낸 지 불과 한 달 밖에 안 됐었다.
임씨의 통장에 입금된 ‘수상한 돈’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되자 임 전 고문과 임씨는 진술을 번복하며 서로 주고받은 액수를 높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임씨가 뇌물죄 처벌을 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임 전 고문도 임씨를 도왔다고 판단했다.
임씨가 재벌가 사위인 임 전 고문으로부터 호의로 돈을 빌렸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고 임 전 고문도 공무원 업무와 무관하게 돈을 건넸다면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중구 장충동에 한옥 호텔 건립을 추진하며 남편인 임 전 고문을 통해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시 임 전 고문이 이미 삼성그룹과 관련 있는 일을 할 입장이 아니었다”며 “한옥 호텔 관련 로비를 하려면 중구청이 아닌 서울시에 로비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임씨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신축·증축·용도변경 등 인허가를 해 주는 대가로 건축 설계·감리업체 대표들로부터 모두 1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됐다. 반면 임 전 고문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