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를 판매하면서 ‘세균 제거 99.99%’ 등 성능을 과장했다는 이유로 국내 주요 업체들이 줄줄이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기청정기 광고를 하며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혐의로 코웨이, 삼성전자, 위닉스, 청호나이스, 쿠쿠, 에어비타, LG전자 등 7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중 LG전자를 제외한 6개 업체에 시정명령 및 신문 공표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5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는 2009∼2017년 공기청정 제품의 바이러스·세균 등 유해물질 제거 성능을 제한적으로 광고했다.
△코웨이는 ‘유해 바이러스 99.9% 제거’ △삼성전자는 ‘독감 H1N1 바이러스 99.68%’ ‘조류독감 바이러스 99.99%’ △위닉스는 ‘세균감소율 대장균 99.9%·녹농균 99.9%·살모넬라균 99.9%’ △청호나이스는 ‘유해 바이러스 제거율 99.9% 입증’ △쿠쿠는 ‘99% 이상 먼지 제거 효과’ △에어비타는 ‘대장균 등 유해물질 99.9% 제거’ △LG전자는 ‘집안 구석구석 부유세균 최대 99%까지 강력 살균’이라는 표현을 각각 썼다.
공정위는 “각 회사가 설정한 제한적인 실험조건에서 나온 결과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유해물질 제거 측정을 위한 공인 실험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각 사는 자체적으로 실험을 실시했는데, 대부분 유리용기에서 배양한 세균 시험액을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이뤄졌다. 실생활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공정위는 또 “실생활에서도 광고 성능과 같거나 유사한 성능이 나올 것이라고 소비자의 오인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진단했다.
물론 ‘99.9%’와 같은 실험 결과는 사실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어떤 환경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를 의미하는 ‘제한사항’을 상세히 표기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공기청정기 주요 기능 등 중요한 사항을 은폐·누락했다는 것이다.
특히 ‘본 제거율은 실험조건이며 실사용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와 같은 관행적인 제한사항 문구만으로는 소비자의 오인을 제거할 수 없다고 봤다.
업체별 과징금은 코웨이 5억원, 삼성전자 4억8800만원, 위닉스 4억4900만원, 청호나이스 1억2000만원, 쿠쿠 600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과 광고 내용, 광고매체의 다양성 등을 토대로 업체별 과징금을 결정했다.
다만 LG전자는 광고를 자사 홈페이지에만 게재했다는 점, 유리하지 않은 실험 결과까지 함께 기재해 소비자 오인성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고로 제재 수위를 낮췄다.
인민호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광고표현이 객관적인 실험 결과라고 하더라도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있으면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며 “소비자 오인을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의 제한사항도 상세히 기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논문에서 나타나는 실생활 감소율이 25∼60%에 불과한 상황에서 사업자들은 ‘99.9%’가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을 테지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사실상 광고로 카르텔을 한 셈”이라며 “자사 제품 성능뿐 아니라 일반 공기청정기 제품 성능을 상당 부분 오인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