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 같은 위험성을 품었다” 청와대가 저격한 조선일보·TV조선 기사는?

입력 2018-05-30 06:21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논평을 냈다. 해당 언론사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다. 청와대는 “국익을 해칠 수 있는 보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면서도 “이제 그만 잡고 있는 발목을 놓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29일 오후 ‘조선일보 및 TV조선 보도 관련 대변이 논평’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놨다. 논평에는 “우리는 기금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맞고 있다.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공포를 벗어던질 수 있는 호기”라면서 “하지만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아슬아슬한 것도 사실”이라는 설명이 담겼다.

“일부 언론 보도가 그 위태로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조선일보와 TV조선의 보도가 심각하다”고 한 논평에선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자세지만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국익과 관련한 일이라면 더구나 국익을 해칠 위험이 있다면 한번이라도 더 점검하는 게 의무”라며 “특종이라는 유혹 앞에 언론인의 책임감이 무릎을 꿇는 경우가 너무도 낮다. 이런 보도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70년 만에 맞는 기회, 이번에 놓치면 다시 70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면서 “이제 그만 잡고 있는 발목을 놓아주시기 바란다. 어렵게 어렵게 떼고 있는 걸음이 무겁다”고 호소했다.

김 대변인이 이같이 비판하면서 꼽은 기사는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달러 요구”와 24일 보도한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 28일 보도한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 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로 대략 3가지다.

TV조서는 지난 19일 “북한이 사증(비자)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 약 1100만원의 돈을 요구했다”며 “외신 기자들은 사증 비용과 항공 요금을 합해 풍계리 취재에 1인당 300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지난 22일 “北 비자 1000 만원”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입국 비자일 것”이라며 “풍계리에 가는 외신들에까지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북 경제가 극심하게 어렵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방북한 외신 기자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도 “보도 대로라면 북한은 상종하지 못할 존재이며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거액을 뜯어내는 나라가 돼버리고 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TV조선은 또 24일 “풍계리 갱고 폭파 안 해…연막탄 피운 흔적”이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내보냈다. 이는 북한이 풍계리 갱도 폭파 이후 갱도를 폭파한 것이 아니라 연막탄을 피웠을 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는 10여 분 만에 삭제됐고 TV조선은 25일 오전 사과문을 올렸다.

조선일보는 또 28일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는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에는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 실무회담 수석대표였던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이 문재인 대통령 방미 기간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해 북한 고위급과 면담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국정원 2차장이 몰래 평양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그대로 믿게 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우리 정부의 말을 계속 신뢰할 수 있겠냐”면서 “문 대통령이 여전히 정직한 중재자 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이 3가지 기사를 언급하며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수 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는 기사들”이라고 표현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