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 초등학생을 혼자 두고 간 교사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수련회를 아예 폐지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수학여행 등 외부 활동을 없애버리자는 주장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유사한 청원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18일 대구지법 형사10단독 재판부는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이 교사는 지난해 5월 20여 명을 인솔해 현장체험 학습을 가다가 12살 여학생이 복통을 호소하자 휴게소에 내리게 했다. 그리고 학생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와 “아이를 데리러 휴게소로 가겠다”고 말하자 학생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 뒤 다른 학생들과 목적지로 떠났다. 교사와 친구들이 탄 버스를 떠나 보낸 여학생은 휴게소에서 혼자 약 1시간 정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원은 교사가 학생을 안전한 장소로 인도하지 않고 학부모가 오기까지 학생의 보호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아동 유기 등의 혐의를 인정했다. 해당 교사는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아동복지법에 따라 10년 동안 교사직은 물론 유치원 등 아동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 “수학여행 등 외부 활동 없애버리자”는 청원까지 등장
이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안전사고 발생의 위험을 무릅쓰고 단체 외부 체험학습을 해야 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냐”며 체험학습 및 수학여행 등 외부 활동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원자는 “요즘은 예전과 달리 가족 단위 여행이 보편적이며 학교 단위의 단체여행 및 체험학습이 아니어도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며 “단체활동에는 어쩔 수 없이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뒤따른다. 부모들은 학생들이 모두 안전하게 귀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마음을 졸이며 노심초사한다”는 글을 적었다.
이어 “이번 판결로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교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직업에 회의를 느끼며 사직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주변에서 많이 들려온다. 모든 교사들에게 나도 언젠가는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한다”면서 “권한은 없고 무책임만 강요받는 상황을 거부하며 일체의 학급 및 학교 단위 단체 외부활동을 폐지할 것을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 수학여행 페지 청원, 처음 아냐… ‘세월호’ 때도 제기돼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대규모 이동을 해야 하는 수학여행을 일체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수학여행을 폐지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한 학부모는 “수학여행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도 계속 참가해야 한다. 하지만 인솔 선생님 수도 적고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면 누가 아이들을 지켜주겠나”라고 주장했다.
교육단체들 역시 대규모 체험 활동의 위험성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유학기제 시행, 체험 활동 확대 등으로 학교 밖 야외 교육 활동이 점차 늘어가는 상황을 감안할 때 위험 요소도 따라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야외체험 활동 확대가 과연 적절한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또한 “최악의 경우 안전대책이 발동할 수 있는 인원을 고려해야 한다. 대규모 인원의 수학여행은 아무리 예방과 대책이 갖춰져도 사고가 나면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소규모 수학여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이와 같은 청원은 학생들의 마음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제기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학교 외부 행사에 얼마나 설레고 기대하는지 알고 있냐. 학생들이 며칠 동안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모습만 봐도 이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