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함께 사용해야 하는 공용화장실은 두려운 공간입니다. 여성들은 자신이 성범죄의 타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떤다고 합니다. 남성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성들에게 오해 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죠. 29일 온라인에서는 남녀공용화장실 문제로 뜨거웠습니다.
남성용 소변기와 남녀 공용 좌변기가 플라스틱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는 공용화장실. 온라인에서는 최근 2주기를 맞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문제점이 공유됐는데요. 처음에는 이용하기 겁난다는 여성들의 불만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다가 몰카범죄가 일상화되고 살인사건까지 발생하자 두려움과 공포를 호소하는 게시물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불안감에 숨 막히는 여성들
이날 여성들 유저들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녀 공용화장실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볼 일을 보고 나왔는데 남자와 마주쳐 깜짝 놀랐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남자가 용변을 보고 있어 민망했다”는 내용과 함께 “여성 칸에 구멍이 나 있는지 먼저 살펴본다” “볼일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오면 숨을 죽이게 된다” 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다수를 이뤘는데요.
자신을 알바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공용화장실 사용 에티켓에 대해 묻기도 했습니다. 그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 올까봐 불안하다. 여성이 이용할 때는 출입문까지 잠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견을 구했는데요. “먼저 들어간 사람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는 게 맞다”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나온 공용화장실 이용 에티켓은 여성들의 공포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남성이 들어올 수 있는 좁고 밀폐된 공간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노출돼 있다는 불안감이죠.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 사이에는 공용화장실을 이용할 경우 반드시 친구나 일행을 대동하려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그래도 늘 누군가와 함께일 수는 없겠죠. 이 때문에 공용화장실 바깥 출입문까지 잠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 걸로 보입니다.
남성들도 불편하고 불안하다
공용화장실을 이용하는 남성들도 편한 것 만은 아닙니다. 남성들이 많이 접속하는 커뮤니티에서 이날 ‘공용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렸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유저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글쓴이는 아는 동생이 황당한 일을 겪었다면서 요즘 같은 시기에 진짜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는데요.
사건은 이렇습니다. 후배가 소변을 본 뒤 여자친구와 카톡을 주고받고 있는데, 마침 어떤 여성과 마주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울면서 후배를 성추행범으로 몰았고,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막무가내로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던 여성과 이를 지켜보던 일행이 경찰이 무고죄를 언급하자 태도가 달라졌다는데요. 여성의 일행이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고 합니다.
이 글에는 유사한 경험을 한 유저들의 댓글이 이어졌는데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거죠.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개인용 블랙박스를 달고 다녀야 할 판”이라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위험한’ 남녀 공용화장실 어떻게
2016년 강남역 공용화장실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공용화장실에 대한 안전 문제가 이슈가 됐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남녀 분리형 화장실 확대와 비상벨 설치를 대책으로 내놨지만 2년이 흐른 현재 공공 화장실은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민간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 법상 2004년 이후 지어진 건물에서는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 건물주들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구조 변경을 꺼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임차인 마음대로 구조를 바꿀 수도 없습니다.
공용화장실에 대해 여성들은 성범죄 사각지대로 여겨 불안에 떨고 있고, 남성들은 조심스럽게 이용하고 있는데 범죄자 취급을 당해 억울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논란은 모든 건물의 화장실이 남녀 분리형으로 바뀌지 않는 한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공용 화장실 문제로 출동한 경찰관은 성추행범 취급을 받은 남성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합니다. “화장실 안에 누가 있으면 완전히 나올 때까지 문밖에서 기다리고, 앞사람 나와 들어가게 되면 화장실 문을 잠그고 일을 본후 나와라,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도 안 생긴다”고 말입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