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반전’ 아파트 기어올라 아이 구한 청년의 뒷얘기

입력 2018-05-29 10:0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말리 출신의 불법이주민 청년 마무드 가사마와 만나 이틀 전 파리 아파트 발코니에 매달린 어린아이를 구해냈던 당시 상황을 듣고 있다. AP뉴시스

아프리카 말리 출신 마무두 가사마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8구역을 걸어가던 중 한 아파트 앞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네 살배기 아이가 있었다. 5층 발코니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린 채였다. 옆집에 사는 이웃이 아이를 구해보려 했지만 발코니 칸막이 때문에 손이 닿지 않는 상황이었다.

가사마는 본능적으로 현장에 뛰어가 아파트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이었다. 아이에게 다다르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초. 가사마가 아이를 들어 무사히 건물 안쪽으로 옮기는 순간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 놀라운 구조 장면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크게 화제 됐다.


이틀 뒤 가사마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현실판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28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초청으로 엘리제궁에 방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사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경찰서장의 서명이 담긴 감사장을 수여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시민권과 소방대원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말리에서 온 가사마는 사실상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후 지난해부터 프랑스에 체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마친 후 가사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며 “매우 친절한 분이었고, 선물도 주셨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