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원의 '선별 출석 불가' 방침에 불쾌한 입장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28일 오전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2차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자 "앞으로 매 기일 출석을 명한다"고 못박았다. 재판은 13분 만에 연기됐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에게 "지난 주에 불출석사유서를 받고 변호인에게도 출석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구치소에 유선으로 소환장을 별도로 보내서 출석을 요구했는데 안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고 물었다.
강 변호사는 "현재 당 혈당수치 등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증거조사 기일은 재판부에 검사나 변호인이 설명하는 자리인데 피고인 출석이 필요한 것인가 의문스러워 보이고, 힘들다고 해 '그럼 불출사유서를 내보라' 제안했다"고 대답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 재판부는 매 기일 출석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명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28일 오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피고인 접견을 마친 뒤 "이 전 대통령이 '건강상태가 이 정도인 것을 재판부가 이해못하는 것 아니냐'고 약간 화를 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연기'의 경우 쏟아질 비난을 우려해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진행이 가능한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의사표시를 하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는 취지의 불만으로 해석된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앞으로 예상되는 진행을 물었고, 인치 등 법에 정한 사항을 설명했다. 아마도 앞으로의 재판도 건강상태를 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할 듯하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결정한 데는 '재판 출석은 피고인의 권리이지 의무로 볼 수 없다'는 내 의견이 밑받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