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막내 이승우(20·베로나)가 A매치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신태용 감독은 물론 적장 카를로스 타보라 감독으로 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 28명 엔트리에 깜짝 발탁돼 관심을 모은 이승우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온두라스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39분까지 84분을 소화하며 손흥민(토트넘)의 결승골을 도왔다. 현란한 돌파와 빠른 템포, 과감함을 선보였다.
이승우는 4-4-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로 공격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이 투톱에 섰고 이승우는 왼쪽 측면에서 빈틈을 노렸다. 2선 공격수로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눈에 띄었다. 전반 17분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2명을 따돌리는 개인기에 이어 돌파와 중거리 슛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슈팅이 발에 제대로 맞지 않았지만 과정이 돋보였다.
전반 35분에는 자신에게 반칙을 가한 상대 선수와 거친 몸싸움과 설전을 주고받았다. 전반 44분에는 템포 빠른 슈팅으로 온두라스 수비를 긴장하게 했다. 후반 15분 상대 패스를 가로채 페널티박스 정면 외곽에 있던 손흥민에게 패스를 보냈고 손흥민은 호쾌한 왼발 슛으로 온두라스의 골네트를 갈랐다. 이승우는 후반 39분 박주호(울산)와 교체됐다.
이승우는 경기 후 “국가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고, 선수를 하면서 계속 동기부여였다. 이루고 싶은 꿈을 이뤄서 기쁘고 결과도 잘 나와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령별 대표팀에서와는 다른 역할인 것 같다. 내가 골을 넣어야겠다는 압박감보다는 형들에게 어시스트나 더 좋은 찬스를 만들어주고 싶은 위치인 것 같다”며 “내가 결정해서 팀을 살려야겠다는 부담감보다는 형들에게 더 찬스를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한 이승우는 신태용 감독의 구상에 들었다. 러시아월드컵 28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최종엔트리 승선을 경쟁 중이다. 이날 활약으로 승선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이승우에 대해 “역시 악착같이 센스 있는 축구를 구사했다.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많이 캐치했다. 내 머리 속의 생각을 이미 알고서 하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온두라스 타보라 감독은 “이승우는 다른 노련한 선수들 못지않게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주목할 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온두라스를 2-0으로 꺾은 한국은 다음달 1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국내 마지막 평가전을 갖는다. 신 감독은 이 경기 후에 러시아에 갈 23명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