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리스트’ 의혹 가운데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재수사를 권고했다. 과거사위가 조사가 아닌 재수사를 권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28일 “이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임박해 시효 내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며 “본조사 등을 거치게 되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검찰에서 바로 수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가 2008년도 술자리에서 금융계 인사 A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사건이다. A씨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2009년 8월19일 불기소 처분됐다. 이 사건 시효는 오는 8월4일 만료된다. 장씨는 2009년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은 내용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그동안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사전조사 대상에 오른 ‘장자연 리스트’ 사건 중 공소시효가 임박한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조사 결과 당시 검찰은 적극적인 허위진술을 한 것이 피의자임에도 현장에 있었던 핵심 목격자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진술 동기에 대한 추가 판단 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일관성 있던 핵심 목격자 진술이 배척됐다는 것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불기소처분한 것은 증거판단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고 수사미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이날 조사단으로부터 이 같은 결과를 보고받고 심의를 벌였다. 그 결과 증거관계와 진술에 대한 비교·분석이 면밀히 이뤄졌고, 당시 수사 과정의 문제점 지적도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장씨는 언론계 금융계 대기업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 30여명을 100여 차례 성접대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사건을 맡았던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장씨가 숨진 관계로 피해사실에 대한 진술을 직접 조사할 수 없었고, 리스트를 통해서는 구체적인 피해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이 폭행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됐고, 수사가 마무리됐다. 성상납 혐의를 받은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강요죄와 성매매처벌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각각 7년과 5년으로 이미 완료됐다. 그러나 김 대표가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장씨에게 성접대를 하게 했다면 성매매처벌법 18조를 적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성접대를 요구하거나 받은 사람도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