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중심 미디어 환경이 여론 왜곡”

입력 2018-05-28 18:10

포털 사이트 중심의 미디어 환경이 여론을 왜곡한다는 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네이버가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제시한 댓글 정책은 언론사에 책임만 넘어갈 뿐 근본적인 대안이나 미디어 상생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완수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한국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기계(인공지능)로 기사의 순서를 배열해도 네이버 위주의 뉴스 편집권이 언론에 완전히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토론회는 ‘언론과 포털은 동반자인가, 적대자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이 교수는 “네이버가 댓글 정책을 언론사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사에 실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사는 책임만 늘어날 뿐 실질적 이득이 없다”며 “네이버는 댓글 문제를 언론사에 떠넘겨 그동안 받아온 비난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언론이 네이버의 댓글 관리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모든 언론사가 포털과 제휴를 중단하고 독자적인 뉴스 포털을 창설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편집, 콘텐츠 배열, 수익 배분은 언론사 유관단체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객관적 지침을 마련하면 된다”며 “전문 포털에서 뉴스의 품질을 엄격히 관리해 저널리즘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저품질 뉴스를 자연 도태시키기 위한 언론과 포털의 협의를 제안했다.

한 교수는 “최근 언론사 숫자가 급증해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포털 의존성도 높아지고 있다. 뉴스의 품질과 상관없이 노출 횟수만 높이는 언론사가 양산되고 있다”며 “언론과 포털 모두 5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는 언론사는 이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자생력을 지닌 언론만 생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포털이 지금까지 ‘뉴스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댓글 조작, 실시간 검색어 등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 쟁점들을 고려해 언론과 포털의 행복한 동거가 가능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언론과 포털은 최근 네이버의 뉴스 편집방식 변경 추진으로 다가오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온신협은 이 시기에 저널리즘의 원칙을 어떻게 수립하고 유지할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교수는 ‘언론과 포털의 갈등-뉴스콘텐츠 생산에서 유통’을 주제로, 한 교수는 ‘포털의 뉴스편집 기준 분석’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김병희 서원대 교수,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선호 언론진흥재단 연구팀장은 토론자로 참여했다.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는 사회를 맡았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