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 ‘도축시설’ 사라졌지만… 개들은 여전히 도축장 ‘방치’

입력 2018-05-29 05:00
사진=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페이스북 캡처

성남 모란시장은 한때 전국 최대 개 도축 시장으로 꼽혔다. 이에 지난 25일 성남시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개 도축시설’을 강제로 철거하면서 모란시장의 개 도축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도축장 철거 후 시장에 개들이 방치되고 있어 동물보호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도축 시설에 남아있는 개들은 여전히 비좁은 케이지에 갇힌 채 괴로워한다.

성남시는 2016년 12월 도시 이미지 개선 차원의 환경 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살아있는 개 도축 시설’ 등을 철거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모란가축상인회와 체결했다. 하지만 현 동물보호법상 개는 견주의 사유재산인 탓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 시 관계자는 “해당 업체 내부의 개들은 사유재산이므로 철거를 강행할 수 없다”며 “불법건축물의 정의는 건물 내 기둥 설치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페이스북 캡처

이에 국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도축장 철거 후 시장에 남게 된 개들의 모습을 촬영해 중계했다. 카라가 게재한 영상에서는 강제철거 된 업체가 사유지 내 케이지에 수십 마리의 개를 가둔 것과 뜯어진 지붕 대신 천막을 쳐 놓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카라는 방송에서 “개들을 진열하고 도살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었는데 아직도 저렇게 진열돼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체 협약 준수위반과 시 또한 개 도축 영업이 방임했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는 동시에 강경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페이스북 캡처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협약 조항을 이행하지 않은 해당 업체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애쓴 다른 상인들을 기만한 것”이라며 “시는 사유 재산과 불법 건축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덜렁 케이지에 차광막 하나만을 씌운 채 정작 개들을 방치하고 도축 영업이 지속되도록 방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물에 쇠기둥이 있고 문까지 걸어 만든 건물이 불법건축물이 아니라는 시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진=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페이스북 캡처

이날 행정대집행으로 모란시장에서 살아 있는 개 도축시설은 모두 없어졌지만, 기계만 없어졌을 뿐 갈 곳을 잃은 개들만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 덩그러니 남게 됐다. 또한 개고기는 건강원에서 여전히 판매된다. 현재 일반음식점 3곳, 육류 도소매업 1곳, 건강원 등 업소 17곳이 영업 중이다. 이에 시는 개고기 유통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취급 업소의 업종 전환을 지속해서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