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 선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선수네요.”
2003년 10월 29일. 모든 NBA팬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데뷔 이전부터 ‘킹’이라는 거창한 별명을 선사받았던 루키 르브론 제임스가 공식적으로 NBA 정규리그 무대에 데뷔하던 날이었다.
바로 그해 봄까지 모든 팀들이 오로지 제임스를 가지기 위해 일부러 경기에서 패했다. 지명권 1위를 받자마자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바로 그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꺼내들었다. 비시즌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제임스가 바로 NBA를 폭격한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단 한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서 제임스는 이미 NBA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충격의 데뷔전, 그리고 전설의 시작
데뷔전 상대는 당시만 해도 LA레이커스와 서부콘퍼런스 최강 자리를 다투던 새크라멘트 킹스였다.
그는 그날 단 1쿼터만에 자신에게 쏠린 의구심을 잠재웠다. 리바운드를 잡고 상대 진영으로 넘어간 그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빈 골대를 향해 앨리웁덩크 패스를 던져 성공시켰다. 몇분 뒤에는 자신에게 붙은 비비를 스크린을 타고 피하더니 엘리트 빅맨 브래드 밀러의 점프를 피해 페이드어웨이 슛을 넣었다. 상대의 패스를 커트하더니 그대로 내달려 멋진 덩크를 퍼부었다. 이 모든 일은 약 9분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던 해설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날 제임스는 25득점 9어시스트 6리바운드를 기록한다. 그날 이후 바로 지난 시즌 최악의 팀이었던 클리블랜드는 전미 최고의 인기팀 중 하나가 됐다. 신인왕도 그의 차지였다.
다음 시즌 그는 다시 한번 NBA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폭발적인 돌파로 골밑에 달려들어 엘리트 빅맨들을 상대로 덩크를 성공시킨 뒤 자유투까지 얻어낼 정도로 출중한 신체를 갖고 있는 그에게 거의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되던 점프슛까지 개선된 것. 당해 제임스는 평균 27.2득점에 7.4리바운드 7.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최정상급 선수가 된다.
리그의 아이콘에서 리그의 악역으로
폭풍처럼 성장해나가던 제임스지만 하나 모자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반지였다. 클리블랜드에서 한계를 느낀 그는 2010년 결국 그 유명한 ‘더 디시전’쇼를 통해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한다. 그뿐만 아니라 리그 최고급 빅맨 크리스 보쉬까지 데려가면서 기존의 드웨인 웨이드에 더해 BIG 3가 결성됐다.
제임스가 입단한 팀은 2003년 결성된 LA 레이커스의 전당포(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칼 말론, 게리 페이튼)와는 또 달랐다. 당시 말론과 페이튼은 선수생활이 거의 끝난 노장이었다. 하지만 보쉬와 웨이드는 20대 중반으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이전에 없었던 안티팬들이 크게 늘어났다. 팬들은 제임스에게 마이클 조던처럼 역경을 이겨내고 혼자 힘으로 반지를 차지하길 원했지만 그가 ‘우승해봐야 본전’인 너무 강한 팀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2011년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NBA 결승전에서 독감에 걸린 상대 에이스 더크 노비츠키를 조롱한 직후 패배했다. 게다가 패배 직후 제임스가 한 “난 이제 신나게 놀테니 당신들은 현실세계로나 돌아가라”는 발언으로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데뷔시즌에 그랬듯이 제임스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중압감을 결과로 바꿔버렸다. 그 이후 그는 2년 연속 마이애미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온다.
집으로, 그리고 그의 뜨거운 눈물
2014년 결승전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패배한 제임스는 클리블랜드 복귀라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더 디시전’으로 이미 모든 클리블랜드 현지팬들이 등을 돌린 상태였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제임스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 “모든 것은 쟁취해야한다. 나는 도전할 준비가 됐다”며 “집에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클리블랜드에 전했다. 첫 시즌 케빈 러브까지 보강한 클리블랜드는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스테픈 커리라는 강력한 에이스가 버티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패한다. 제임스는 여전히 최고였지만 카이리 어빙과 러브의 공백을 메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다음 해 제임스는 같은 팀을 상대로 시리즈 전적 1-3이라는 절대 열세를 딛고 3연승을 올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7차전 4쿼터 막판의 ‘더 블록’은 역사적인 장면으로 기억됐다. 우승이 결정되던 순간 제임스는 코트에 쓰러져 오열했다. “클리블랜드! 당신을 위한 우승입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좋든 싫든, 우리는 르브론의 시대에 산다.
28일 보스턴 TD가든에서 제임스는 48분 내내 코트에 서 있었다. 어쩌면 이 경기는 제임스의 커리어를 그대로 요약한 경기였을지도 모른다. 제임스의 실력과 정신력은 그를 좋아하는 이든 그렇지 않은 이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퍼포먼스였다. 모든 것을 쏟아내면서 그는 승리했고 다시 NBA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제 제임스는 8년 연속으로 승자 또는 패자의 모습으로 시즌 최후의 순간 코트에 서게 됐다. 누군가는 승리를 바라며, 누군가는 패배를 바라며 다시 그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좋든 싫든, 2010년대 NBA팬들은 르브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