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 논란에…‘무고죄 특별법’ 청원 나흘 만에 10만명 동의

입력 2018-05-28 14:13
사진 = 양예원 유튜브 페이지 영상 캡처.

한 스튜디오로부터 협박과 함께 외설적 사진 촬영을 강요받았다는 유튜버 양예원씨의 주장과 달리 양씨가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한 정황이 여러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무고죄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국민청원이 나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양씨는 지난 16일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꼭 한 번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25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과거 모델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 중 성추행 피해를 겪었다는 내용의 이 영상이 퍼지면서 당시 촬영을 진행한 스튜디오를 상대로 경찰 수사까지 벌어졌다. 양씨는 당시 찍힌 사진이 유출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같은 스튜디오에서 동일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여론 지지도 동반됐다.

그런데 지난 25일 스튜디오 측이 양씨와의 대화 내용을 한 매체를 통해 공개하면서 다른 논란이 확산됐다. 스튜디오 측 입장이 담긴 이 보도에서는 스튜디오 실장과 양씨가 3년 전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대화에는 양씨가 스튜디오 측에 먼저 촬영 약속을 잡아달라고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한 정황이 담겨있었다. 스튜디오 측은 첫 촬영 이후 이뤄진 13차례의 촬영이 강제 촬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이 대화 내용 공개 후 한 인터뷰에서 양씨는 “불편한 대화는 전화로 했기에 (공개된) 대화 내용은 전체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해명했지만 동정·지지 일색이던 여론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대화 내용이 공개된 2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양씨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도 등장했다. ‘무고죄 특별법(양예원법)의 제정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28일 오전을 기준으로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미투를) 무죄인 사람을 매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사회적 지위와 인격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형사상 무고죄의 형량을 살인·강간죄에 준하는 수준으로 높여달라”고 주장했다. 양씨가 유포 피해자인 것은 맞으며 그에 대해서는 처벌이 이뤄져야 마땅하겠지만 강제로 외설적 촬영이 이뤄진 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화 내용이 공개된 후 양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2차 가해가 우려되니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문자까지 보냈는데 그대로 보도한 언론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양씨를 둘러싼 진실공방과 2차 가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검찰은 28일 성범죄 수사 때 피해자가 무고로 고소되더라도 성범죄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는 무고 혐의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대책위는 지난 11일 “미투 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가해자들이 법을 악용해 피해자를 무고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고 그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지적한 바 있다.

유튜버 양예원 씨에 대한 신체노출 스튜디오 사진을 음란물 사이트에 재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 모씨가 2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나와 서울서부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양씨의 사진을 유포한 데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한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양씨의 사진을 내려받고 곧장 다른 공유 사이트에 올려 300만원 가량의 이익을 챙긴 혐의로 강모(28) 씨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양 씨의 사진을 내려받은 파일 공유 사이트를 수사해 최초 유포자까지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양씨 사건 외에 무고 혐의가 선고된 ‘미투 폭로’ 사례가 몇 차례 나타나면서 ‘미투’ 운동이 남·녀 성대결을 부추겼다는 여론도 있다. 성범죄 피해자가 발생했고 폭로가 이뤄졌으니 관련 수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미투’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져야 하겠지만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까지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딪치고 있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