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남측의 ‘미투 운동’은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지난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방북한 우리 측 공동취재단을 수행한 안내원들은 ‘미투’를 안다며 여기자와의 악수도 조심스러워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를 다녀온 공동취재단은 28일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공동취재단은 “안내원들은 남측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분이 돼서 그런지 많이 알고 있었다”며 “(그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건 지방선거 결과였고 ‘드루킹’은 물론 미투도 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안내원은 ‘한국에 미투가 있는 거 알고 있다’며 동행한 여기자에게 악수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평양 출신으로만 구성된 것으로 보이는 안내원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이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에 대해 기대감도 드러냈다.
공동취재단은 “풍계리 완전 폐기냐 아니냐는 외부 전문가 참여 없이 기자의 육안으로 봤기에 확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첫 단계로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 의사를 밝혔고 기자단이 그걸 목격했다 정도면 될 거 같다”고 이번 방북의 의미를 설명했다. 북한은 공동취재단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할 때는 특별한 통제 없이 자유롭게 갱도 등을 취재할 수 있도록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만탑산의 생태계에 대해 공동취재단은 “숲이 울창했고 핵실험장 내에 철쭉이 필 정도로 생태계엔 문제가 없어 보였다”며 “남측의 강원도 오대산과 비슷한 산세를 가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또 지난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 때 동행한 북측 매체 관계자가 3번 갱도 앞 개울에서 남측 취재진에 개울물을 마셔보라고 한 제안에 대해 공동취재단은 “먹어보라고 말한 사람부터 먼저 먹자니 안 먹더라”며 “외신 기자가 개울가로 가 길래 혹시 먹는 거 아닌가 했는데 물통 뚜껑을 흘린 것이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핵실험장 폐기 취재 일정을 마친 공동취재단은 지난 26일 원산 갈마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는 항공기를 탔다. 북한 당국은 탑승에 앞서 방북 때 압수한 위성전화와 방사선 선량측정기를 돌려줬다. 이때 북측 관계자가 공동취재단에 “한 번 재보자우”라며 선량측정기를 댔다. 하지만 이날 공동취재단은 “당시 나온 0.08mSv(밀리시버트) 수치는 무의미하다”며 “공항에서 입고 측정한 옷은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를 갈 때 입은 옷이 아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단은 이날 오후 피폭 관련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