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이 판문점에서, 그것도 북한 땅에서 열린 것이다. 4·27 판문점선언은 꼭 한 달 만에 남북 2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바로 판문점 북미 실무회담으로 연결됐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유독 국회만 ‘한없이 느린’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는 28일 오후 2시 5월 임시국회 및 20대 국회 전반기 마지막 본회의를 연다. 판문점선언 결의안, 최저임금법 개정안, 물관리일원화법 등 산적한 안건이 표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상당수 안건의 처리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 4개 교섭단체는 지난 18일 드루킹 특검법안 및 추가경정예산안 동시 처리를 합의하면서 28일 판문점선언 결의안과 물관리일원화 관련법, 생계형적합업종지정특별법 등을 처리키로 했다. 이후 민생입법협의체를 가동해 논의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터에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여야가 처리키로 합의했고 2차 남북회담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순조로운 개최가 예상되는 만큼 예정대로 결의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합의문에 담긴 북한의 비핵화 이행 수준이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 이에 결의안 통과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쳤지만 정의당이 강력 반대하며 긴급행동 지침을 내린 상황이라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지 미지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지난 25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교통비·식비 등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매달 최저임금의 25%(주 40시간 근로기준 39만3442원)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11만163원)를 넘어서는 복리후생 수당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된다.
정의당은 이 개정안에 대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무력화 시키는 '줬다 뺏는 최저임금 삭감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일시중단하고 1인 시위를 벌이고 향후 민주노총 등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참할 예정이다. 수도권 지역 출마자들은 이날 오후 1시까지 국회에 집결한다. 민주노총 역시 이날 오후 총파업에 나선다.
반면 물관리일원화 3법과 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또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연루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보고될 예정이지만, 표결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고, 그 사이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이후 최초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표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가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등 원구성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라 이날 본회의가 마감되면 국회는 당분간 공백 상태가 이어진다. 여야가 의장단 선출 등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에 권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시점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