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어 화법’을 설명해야 했다.
두 정상이 만나기 전인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직설적으로 비난하면서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문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북한이 문 대통령이 얘기하는 북한 입장과 다른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무엇보다 북한의 성명에 심기가 불편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영어와 한국어의 화법이 얼마나 다른지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데 회담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한국어를 영어로 직역하면 본뜻이 크게 왜곡될 수 있다”며 “전후 맥락에 맞도록 ‘의역’을 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해서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영어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식인데 반해 한국어는 전후 맥락으로 그 뜻을 헤아려야 하는 여백이 많은 언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고, 북한 측이 말하려는 메시지를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통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 말하면서 문 대통령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최 부상의 담화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그러자 북한은 “6·12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건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일이다”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는 내용이 담긴 담화 전문을 게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북미정상회담 날짜 6월 12일은 바뀌지 않았다. 회담을 위한 논의가 아주 아주 잘 진행돼 왔다”고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렸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