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정상회담이 극적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했다. 외신들도 북미 갈등 중재와 북미회담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문 대통령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뒤 남북 정상이 만난 사실을 보도하면서 “깜짝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본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을 돋보이게 했다”며 “남북관계가 워싱턴과 평양의 관계를 보다 나은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특히 전문가 분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변덕스런 협상 스타일 때문에 문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으며, 북미 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전쟁위기에 직면하는 한국은 미국과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애덤 마운트 미 과학자연맹 연구원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담하지만 위험한’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짜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마운트 연구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은 전쟁으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트럼프의 변덕이 청와대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게임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가 게임을 한다. 여러분은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 발언으로 곤경에 처했지만 새 해법을 통해 난관에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이후 협상은 테니스공이 그물에 낀 경기처럼 중단된 상태였다”면서 “그물에서 공을 빼낼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 뿐이었다. 그는 북미 양측을 연결할 수 있고 이 문제로 자존심을 내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WP에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북정상회담에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낙관적 발언을 내 놓으면서 상황이 빠르게 변화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인용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언 이후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와 압박 재개를 늦추기 위한 시도로 정상회담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