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화재로 인근 지역 미세먼지·유해물질 범벅…‘대기질 기준치 이내라면서’

입력 2018-05-27 15:13
21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 1부두에 정박 중인 5만t급 차량 운반 화물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방화복을 입은 소방대원들이 진압을 위해 대가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이틀 밤을 새워 불길을 잡은 인천항 화물선 화재. 사흘 가까이 지속된 화재에서 발생한 연기가 인근 대기질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27일 “화재 첫날인 21일 인천항 주변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377㎍/㎥로 다른 비교지점보다 7.1배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천항 화물선 화재는 차량을 1500여대 가량 태웠다. 화재 첫날 5000여개의 타이어가 타면서 발생한 검은 연기가 남동풍을 타고 10㎞ 떨어진 인천 연수구·남동구 일대까지 퍼져 200여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두통·매스꺼움 등 시민 불편과 관련된 복합악취는 화재 현장이 기준치의 45배, 1.5km 떨어진 동인천역은 기준치의 8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 납·카드뮴·크롬 등 중금속 성분도 작년 평균치의 4.6∼24.8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민원에 불구하고 당시 인천시는 대기질이 기준치 이내라고 답한 바 있다. 또 화재가 발생한 지 3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인근 시민에 재난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인근은 이미 연기로 뒤덮이고 언론에서 상황이 다 보도된 뒤였다. 23일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위해 연기를 배출할 때에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재난 안전문자만 발송하기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첫날 대기 질 데이터 수집 때 실수가 있던 것 같다”며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환경 위해성 영향에 대한 조사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화재는 이달 21일 오전 9시39분 인천시 중구 항동 7가 인천항 1부두에 정박해 있던 오토배너호에서 중고차 선적 작업 중 발생했다. 화재로 화물선에 선적된 차량 2438대 중 선박 11층에서 13층에 있던 차량 1460대 가량이 전소됐다. 차량이 전소되면서 선박 내부에서 연기가 발생해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화재가 완전히 진화되는 데엔 67시간이 걸렸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