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요청으로 회담 진행·내용 발표도 연기…北보다 공식발표 4시간 늦어

입력 2018-05-27 14:04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지난 26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결과는 하루 뒤인 27일에 발표됐는데 문 대통령은 이 역시 북한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 요청에 따라 어제 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늘 발표하게 됐다”면서 “북측이 북측의 형편 때문에 논의된 내용을 오늘 보도할 수 있다면서 오늘 발표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북측 입장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에 양해 말씀 구한다”며 “북한 김 위원장이 (회담)요청을 해왔고 남북의 실무진이 통화를 통해 협의를 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회담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북한이 보도 연기를 요청한 이유도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과 관련한 보도를 하루 뒤에 보도한다. 인터넷과 방송 등 인프라가 우리만큼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이날 오전 6시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정상회담이 열린 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후 오전 6시 8분에는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송고했다. 그리고 9시12분부터는 조선중앙TV에서 26일 진행된 회담 과정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또 가장 영향력이 큰 매체인 노동신문 27일자 1면에는 26일 정상회담을 대서특필했다.

사전에 일정 공개를 하지 않은 데 이어 문 대통령이 북한 측 편의를 봐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는 26일 오후 회담 사실만 미리 알리고 논의한 내용은 27일 오전에 발표했다. 북한 매체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보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 발표보다 4시간 빨랐다.

야당에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아직 반국가단체에 해당되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국민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고, 충동적으로, 전격적이고, 비밀리에,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면서 “배석자가 거의 없이 장시간 김정은과 대화를 했는데 그 내용에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운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