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센터 수리기사의 죽음, 그 배후에 사건을 축소하려던 움직임이 있었다.
26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사라진 유골, 가려진 진실- 故염호석 ‘시신 탈취’ 미스터리’ 편이 전파를 탔다. 한 젊은이의 죽음과 그의 시신이 탈취된 사건이다.
2014년 5월, 강릉의 한 해안도로에 며칠째 낯선 승용차가 세워져있었다. 그 안에 염호석(당시 34세)씨가 숨져있었다. 현장에선 타버린 번개탄과 소주,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
시신은 5월 18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느닷없이 경찰 수백 명이 들이 닥쳤다. 경찰이 방패와 최루액으로 조문객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렇게 시신이 사라졌다.
공권력을 이용해 시신을 옮긴 사람은 다름 아닌 고인의 아버지였다. 호석씨는 유서에 자신의 시신이 발견되면 가족이 아닌 동료들한테 장례절차를 맡기겠다고 적었었다. 따라서 어머니는 유서에 따라 장례절차를 동료들에게 위임했다. 아버지 역시 처음엔 동의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연 시신을 빼돌린 것이다.
시신을 찾으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 여러차례 수소문 한 끝에 호석씨 동료들은 고인을 안치한 장례식장을 찾으나 그곳에도 시신은 없었다.
이후 호석씨의 시신은 밀양의 한 화장장에서 화장됐다. 이 때도 수백명의 경찰병력이 대거 투입됐다. 분골실은 아버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아들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가슴만 쳤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가 “난 새끼는 죽었고, 고깃값은 받아야겠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동료가 등장했다. 또 아버지가 “너희들은 내게 뭘 해줄 수 있냐”라며 돈 이야기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버지 염씨는 오랜 고민 끝에 비밀스러운 거래에 대해 털어놨다.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에 한 남자를 만났다고 했다. 자신을 ‘양산센터 사장’이라고 소개한 그가 장례를 자신들한테 맡겨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거절하자 서울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염씨를 서울의 한 호텔로 데려갔다고 했다. 그 곳에서 삼성 본사의 최전무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위로금으로 6억원을 주겠으니 장례를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그 돈을 받고 아들을 동료들의 손이 아닌 자신이 직접 장례를 진행했다고 했다.
당시 장례식장과 화장장에 투입됐던 경찰들은 염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석씨의 동료들에 따르면 이들은 사전에 이미 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생전 고인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노동조합원이란 이유로 일감을 받지 못했다.
이 무렵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에 가벽을 설치해 업무공간을 분리하거나 비조합원한테만 일감을 몰아줘 임금을 차이나게 하는 일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노조원이 많은 곳은 폐업까지 시켰다고 했다. 최근 다스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중 6000건의 노조와해 문서가 발견됐는데, 이 모든 일이 삼성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치밀한 작전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버지에게 6억원을 건넨 회유한 삼성전자 서비스 본사에 근무하는 최전무 는 최근 구속됐지만 다른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 사안이 삼성전자서비스 쪽 일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측 역시 검찰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