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가 돌연 재개의 가능성을 내비치자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북한 핵 문제를 우리가 주도해서 풀어나가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이 11년만에 열리고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면서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힘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26일 “한국이 운전대를 제대로 잡은 것은커녕 중재자 역할도 제대로 못한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낮 인천 남동구에서 열린 문병호 인천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무엇보다도 한·미정상회담을 한 직후에 미국과 어떤 소통도 없이 뉴스를 보고 (회담 취소 소식을) 접했다는 것이 정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대로 공조가 되고 있지 않고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당장 북·미 대화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큰 일”이라며 “한·미공조를 회복하고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현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미·북회담의 취소 배경에는 트럼프가 문재인정권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과 중국의 태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기인한다”며 “특히 문정권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은 문정권이 북의 편에 서서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미·북회담의 성사여부는 문정권은 배제되고 미·중의 협상으로 넘어갔다”며 “문정권은 북핵에 대해서는 이제 들러리 역할도 없으니 그만 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 해결에 주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추 대표는 이날 “운전대를 꽉 잡고 있는 문재인정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가 마음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