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선언’ 한 달, 봄에서 겨울된 한반도… 北美 극적 반전 있을까

입력 2018-05-25 16:34

한반도에 불던 따스한 봄바람은 약 한 달 만에 차가운 겨울바람이 됐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도출하며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조성됐지만,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통보하면서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가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어 향후 북·미 정상 간 극적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짧게 불었던 봄바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면서 한반도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고 종전을 선언키로 했다. 또 올해 안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명문화’를 남북정상회담 성패를 가를 핵심 의제로 밝힌 바 있는데, 두 정상이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함으로써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의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가 공개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김정은(국무위원장)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 개최될 것”이라며 “양쪽 모두는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보름이 채 안 돼 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공개한 서한에서 “북한이 가장 최근 발표한 성명에 담긴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으로 인해 지금 회담을 개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취소를 통보했다.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압박과 신경전을 반복해온 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北의 이례적 저자세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공개된 지 약 9시간 만에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반응했다. 북한이 더 강경하게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빗나갔다. 오히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우호적 제스처를 보이며 북·미 정상회담을 이대로 무산시키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위임에 따라’라는 문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뜻이 담겼음을 의미한다.

담화는 미국의 취소 통보에 대해 “인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며 비판하는 형식이었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을 ‘달래는’ 듯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례적으로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해소하고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며 속내를 내비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 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해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해왔다”고도 말했다.

김 제1부상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통보에 대해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북·미) 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 불씨 아직 꺼지지 않았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재고’를 요청함으로써 두 정상의 만남이 무산위기에서 되살아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협상의 미국 측 최전선에 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담화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며 “북·미 간 대화 여건을 조성하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지속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꺼져가던 북미정상회담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음을 밝혔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 국면’을 극복하고 다시 한반도에 봄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