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연합해 미혼남녀 만남의 장 만들면 어때요”

입력 2018-05-25 16:02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는 이번 ‘크리스천 미혼남녀의 비혼에 대한 의식실태 조사’에서 주목할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비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되풀이하기 싫다’는 것이다. 육아나 고부·장서 관계, 내 집 마련 등 결혼 이후 겪게 될 고된 삶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은 오히려 뒷전이었다.

김 대표는 “현실은 이런데 국가정책은 늘 육아나 집 마련 등으로 풀어가려고 한다”며 “이러니 오랫동안 정책을 펴도 결혼율,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 대표는 젊은이들과 상담해 보면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가 지난 21일 경기도 성남시 선한목자교회에서 가정사역 교육을 마친 뒤 설문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하겠다는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윗세대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합니다. 비혼이라는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눈으로 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느낀다면 분명 바뀔 수 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부모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볼 것을 권했다. 하이패밀리를 비롯한 국내 가정사역 단체들이 진행하는 분노조절이나 공감연습, 갱년기 부부들을 위한 부모발달 단계에 따른 맞춤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했다.

또 다른 하나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바꾸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면’을 꼽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의 필요한 부분을 공급해주면 비혼주의자들의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미혼남녀들이 짝을 만날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교회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습니다. 한때는 정말 많은 선교사를 해외로 파송해 열정적으로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비혼이 늘면서 출산 빙하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면 당연히 교회는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교회들이 연합해 미혼남녀들의 만남의 장을 마련해볼 것을 제안했다. 10개 교회에서 남녀 5명씩만 모여도 얼마든지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결혼예비학교나 데이트 스쿨, 커플들을 위한 결혼준비교실 등을 교회에서 적극 시행해볼 수 있다.

한국사회는 비혼과 이혼 등 다양한 이유로 전통적 가정의 형태가 붕괴되고 1인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2000년대 초반 200만명이었던 1인 가구가 2016년엔 530만명을 넘어섰다.

“이번 설문을 봐도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가치관이 크리스천 미혼들에게도 반영돼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이들을 정서·관계적 측면에서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결혼에 대한 성경적 가치관을 계속 심어줘야 합니다.”


▦한국가정사역협회 소속 30개 단체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가정사역’은 성경적 관점에서 가정의 문제를 풀어간다. 부부관계나 자녀·부모 간 문제뿐 아니라 저출산 황혼이혼 비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신앙적인 해법들을 제시한다. 현재 한국가정사역협회에 속한 단체는 30곳 정도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패밀리의 ‘부부관계 클리닉’은 세분화돼 있다. 젊은 커플이나 중년을 위한 부부세미나 및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세미나, 부부성장학교를 실시하고 있다. 두란노바이블칼리지는 결혼예비학교를 통해 성경적 원리 안에서의 결혼의 가치 등을 교육한다. 진새골온누리교회는 ‘업그레이드 부부학교’ ‘명품가족캠프’ 등을 통해 가정사역의 비전을 실천하고 있다.

가정사역단체들
가정문화원(familyculture.or.kr)/부부행복캠프, 중년·은퇴자학교
두란노바이블칼리지(duranno.com/biblecollege)/결혼예비학교
지구촌가정훈련원(jigawon.com)/부부학교, 결혼예비학교
진새골온누리교회(jinsegolonnuri.org)/업그레이드 부부학교, 명품가족캠프
하이패밀리(hifamily.net)/부부관계 클리닉, 결혼예비학교

글·사진=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