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공개서한로 통보했다. 편지는 협상의 결렬을 알리는 내용이었지만 표현은 정중했고, 감사와 서운한 마음을 사이사이에 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내용을 직접 일일이 구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한 서한에 특유의 굵직한 서명도 넣었다.
간혹 거친 말투를 선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 편지에서는 침착하게 진심을 담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내용을 보고 (회담을) 완전히 취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서술 방식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틀에 박힌 서신보다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전달됐다. 잘 쓴 편지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무위원장에게’란 말로 시작한 이 편지에서 회담을 준비해온 김 위원장의 인내와 노력에 대한 감사, 억류 미국인 3명을 송환한 데 대한 긍정적 평가를 담았다.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는 김 위원장에게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를 보내라”며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의 ‘모든 문구’를 불러 받아쓰게 했다”고 보도했다. 격식보다 실용을 선택해 신속히 진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처리 방식은 이 편지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통한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 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확인한 김 위원장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게 위임해 신속히 담화를 냈다. 지금까지의 것과 다르게 유화적 표현들이 사용됐고, 자세를 다소 낮춰 회담 재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