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해마다 새로운 다이어트법이 유행하고 있다. 올해는 육식동물 다이어트다. 영국 대중매체 가디언지의 보도가 계기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형외과 의사인 숀 베이커의 육식다이어트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베이커는 지난 18개월 동안 매일 약 1.8㎏의 스테이크만 먹으며 소셜 미디어에서 ‘육식 동물의 왕’이란 별명을 얻었다고 했다. 가디언지는 또한 그가 육식다이어트 후 동물과 같은, 탄탄한 근육질의 몸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 같은 다이어트를 무분별하게 시도할 경우 도리어 건강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보도에 따르면 육식동물 다이어트는 완전 채식주의자들의 식단과 정 반대다. 고기, 계란 등 동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식이요법으로 2017년 한국을 강타한 저탄수화물 고지방식보다 더욱 극단적이다.
베이커와 같은 육식동물 다이어트 족들은 혈압이 정상화 되고 관절통과 건염이 사라졌으며, 피부상태, 수면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아진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베이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채식주의자를 정기적으로 놀리는 게시물을 올리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다이어트를 유행처럼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작년 고지방식의 경우처럼, 모든 다이어트는 지속 유지할 경우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지속 유지 기간이 1년 이상을 넘겨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다이어트가 어렵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혹 몇몇 식이요법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단기간에 살을 뺄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SNS를 통한 소통으로 그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수분의 양이 줄어서 단기간에 살이 빠져 보이는 착각을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한다. 어떤 식이요법이던 평소보다 덜 먹게 되기 때문이다.
육식동물 다이어트의 경우 1.8㎏의 고기를 하루에 먹는 것이 언뜻 보면 배불리 먹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24시간 동안 물 외에 오직 그만큼만 먹는다면 매우 효과적인 다이어트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 영양분이 균형 잡힌 섭취가 어려워 근육소실은 물론 피부와 모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점이 명확하며, 개인차가 있게 마련이라 획일적으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전문의 상담을 통해 혈액검사 등으로 호르몬 검사, 콜레스테롤, 지방산검사, 혈액점도검사, 체성분 분석 등의 객관적인 근육량, 체지방량, 기초대사량 나아가 CT를 통한 내장지방면적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며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몸상태를 점검하고 전문의 진료, 영양사와의 상담을 통해 꾸준히 실시하며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방법의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 식단을 유지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이는 기존의 저칼로리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등 수 많은 다이어트에서도 똑같이 제기됐던 문제다.
내 몸의 성향과 질환위험요소, 대사능력을 파악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식단을 고려한 다이어트라면 무엇이든 추천한다. 다만 효과가 좋은 다이어트를 시작한다고 마음먹고 만성질환 치료제를 스스로 끊는 등과 같은 과격한 결심은 지양해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