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해 방북한 외신 기자단은 일정을 마치고 원산으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을 받은 건 기자단뿐만이 아니었다. 북한 인사들 역시 객실 밖으로 소리가 들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4일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11시 2번 갱도 폭파를 시작으로 시작된 폐기행사는 오후 5시에야 종료됐다. 남측 기자단 8명을 포함한 외신 기자단은 폐기행사 참관을 마친 후 오후 7시쯤 원산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했다.
남측 기자단에 따르면 오후 11시30분에서 밤 12시 사이, 북한 인사가 타고 있던 다른 객실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10시40분쯤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서한을 발표했다. 약 한 시간만에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남측 기자단은 화장실에 가던 중 우연히 이 소리를 듣게됐다고 한다. 객실 방음이 잘 되지 않아 “트럼프가 회담을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웅성거리는 북한 인사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리 측 기자가 “한반도에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북측 관계자는 “일단 호텔로 돌아가면 그간 진행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호텔에 도착한 이후에도 “진행 상황을 보자”며 한국에서 나온 보도를 관심있게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장대한 폭파 쇼를 본 뒤 오후 11시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회담 취소 소식을 접했다. 기차에 탄 북한 사람들과 외국 사람들 모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CNN은 외신 기자단과 함께 열차에 있던 북측 인사들도 어색하고 불편한 반응을 보였으며, 상부에 전화로 보고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공동취재단,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