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직후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 보낸 트럼프

입력 2018-05-25 05:32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기했다고 공식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면 김정은은 안전하고 기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다음날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 “다음 주에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고 다시 하루만에 기습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북한의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개심 때문에 적절치 않다”며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서한에는 “북한이 핵 능력을 얘기하고 있지만 우리의 것은 거대하고 강력하다”며 “나는 이런 핵무기들이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한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당신과 함께 하려고 했지만 슬프게도 당신의 최근 성명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개심을 근거로 오랫동안 계획해온 회담을 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그러므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세계에는 해가 되겠지만 우리 둘 모두를 위해 열리지 않으리라는 것이 이 편지로 알리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훌륭한 대화가 구축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와 특히 북한은 지속적이 평화와 위대한 번영, 그리고 부를 누릴 수 있는 위대한 기회를 잃었다. 이 잃어버린 기회는 역사상 진정으로 슬픈 순간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화”라며 “언젠가 당신을 만나게 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당신이 인질들을 풀어줘 감사하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지금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 그건 아름다운 제스처였고 매우 감사한 일 이었다”고 부연했다. 말미에는 “만약 당신이 중요한 회담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여기서 언급한 ‘커다란 분노와 드러난 적개심’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성명으로 풀이된다. 최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올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하는 것에 대해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날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지는 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최 부상은 또 “미국 부 대통령 펜스는 지난 21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처를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무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댓다”고 비난했다.

21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폭스뉴스 라이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것처럼 만약 김정은이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리비아 모델이 끝장난 것처럼 북한도 끝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