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볼턴, 최선희→펜스… 美 강경파 골라 때리는 北

입력 2018-05-24 14:24 수정 2018-05-24 14:55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P뉴시스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 ‘매파’를 골라 잇따라 공격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의 ‘미국통’ 김계관·최선희 부상은 연달아 담화를 내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난했다. 김 부상이 지난주 볼턴을 타깃으로 담화를 낸 지 약 일주일 만에 최 부상은 펜스 부통령을 겨냥했다. 정상회담 물밑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최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담화문에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면, 나는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는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며 “북한은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다.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의 담화는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리비아식 비핵화’를 언급한 펜스 부통령에 대한한 항의 표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연기, 또는 취소를 언급한 직후에 나온 점도 주목을 끈다.

최 부상은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을 향해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비극적인 말로를 걸은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고위 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볼턴 보좌관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가장 강경한 외교 노선을 가진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매파’ 중에서도 ‘슈퍼 매파’로 분류된다. 북한은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슈퍼 매파’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펜스 부통령보다 먼저 표적이 됐다. ‘리비아식 비핵화’와 더불어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을 언급하면서였다. 김 부상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돌연 무기한 연기한 지난 16일 담화문에서 “우리는 처참한 말로를 겪은 리비아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을 특별히 지목해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 부상은 1990년대 북·미 고위급회담 북측대표를 수차례 지낸 외무성의 ‘미국통’으로 평가된다. 북한 내 대미 전문가인 최 부상을 다시 앞세워 낸 담화문은 대상만 달라졌을 뿐 김 부상의 것과 비슷한 표현과 수위로 전개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