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찾으면 어쩌누… 내가 계속 손을 잡고 있어야 했는데…”
한 할아버지가 당황한 표정으로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경주에서 부산으로 아내와 나들이를 왔다는 할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치매 환자인 아내와 백화점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사라졌답니다. 할아버지가 잠시 다른 물건을 보던 사이 할머니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할머니의 치매 환자용 위치 추적 시계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배터리가 없어 꺼진 상태였고 주말이라 백화점에는 사람이 많아 할머니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요. 인근 파출소의 전 직원이 그 일대를 수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빨간 모자를 선물했어… 아마 그거 쓰고 있을 거야”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빨간 모자’를 쓰고 있을 거라며 ‘빨간 모자’ 쓴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놓치기 직전, 백화점의 한 매장에서 예쁜 빨간 모자를 사 할머니에게 선물한 터였습니다. 할머니는 “색이 이쁘네” 하며 좋아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빨간 모자 할머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시간이 지체되면 할머니를 찾는 일은 더 어려워질 수 있기에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났습니다. 불안해하는 할아버지와 경찰관이 함께 순찰차를 타고 할머니를 찾아다니던 중에 저 멀리 빨간 모자가 보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아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선물한 빨간 모자를 쓴 채 길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보자 말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말합니다.
“이제 괜찮다. 찾아서 다행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없이 할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평소에도 정성으로 할머니를 돌봤다는 할아버지. 2시간 만에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긴 2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10일 부산 경찰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빨간 모자 할머니’ 사연은 많은 네티즌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위해 평소에도 이렇게 함께 외출한다는군요. 네티즌들은 말합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이 아름답네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