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한은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북한 대미외교의 핵심 인사다.
최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에 실은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는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최 부상의 담화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지난 21일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펜스 부통령은 당시 ‘리비아식 비핵화’를 언급했다. 최 부상은 이를 거론하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비극적인 말로를 걸은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고위 정객들이 우리를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넘기면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부상의 담화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만난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직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다음달 12일 싱가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의 연기나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 부상은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며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