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진짜 전쟁” 웹툰 9만편 훔친 ‘밤토끼’ 운영자 구속

입력 2018-05-24 05:53

웹툰 9만여편을 불법으로 훔쳐 게시한 뒤 광고료 10억원 가량을 챙긴 국내 최대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운영자가 구속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밤토끼' 운영자 허모(43·프로그래머)씨를 구속하고 서버 관리와 웹툰 모니터링을 한 직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캄보디아로 달아난 직원 2명을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국내 웹툰 9만여편을 불법으로 올린 뒤 불법 도박 사이트 등으로부터 배너 광고료로 9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이트는 한 달 평균 3500만명, 하루 평균 116만명이 접속한다. 최근 만화계 최대 위협으로 꼽혀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만화산업 백서'에 따르면 '밤토끼'로 인한 웹툰 업계 피해액은 지난해 24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2016년 10월쯤 미국에 서버와 도메인을 둔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개설했다. 지난해 6월쯤부터 "공짜로 웹툰을 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격하게 인지도를 쌓았다. 한 개에 월 200만원이던 도박 사이트 배너 광고료가 최대 1000만원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허씨는 다른 불법 사이트에서 먼저 유출된 웹툰만 가져와 올리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했다. 또 수시로 대포폰과 대포 통장을 바꾸고 광고 상담은 해외 메신저를 이용했다.

경찰은 올해 초 내사에 착수해 이 사이트를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허씨 차 안에 있던 현금 1억2000만원과 미화 2만달러를 압수했다. 도박 사이트 광고료로 허씨가 받은 암호 화폐인 리플 31만개(현재 시가 2억3000만원 상당)에 대해서는 환수 조치했다.

'밤토끼' 검거 후 조석·김명현 등 유명 웹툰 작가들은 앞다퉈 '감사 웹툰'을 제작해 올렸다. 작가들은 작품이 게시되면 곧 바로 '밤토끼'에 무료로 올라가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호소해왔다. 유료 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를 비롯해 네이버웹툰, 카카오 등도 잇따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수사 요청을 해왔다.

레진코믹스는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라며 "엄중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해적 사이트는 더 기승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불법 웹툰 사이트는 200여곳으로 추정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