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원산 갈마 호텔에 집결한 남한 및 해외 취재단이 풍계리로 향한다.
윌 리플리 CNN 기자는 23일 트위터에 “오후 5시10분쯤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떠날 것이란 소식을 지금 막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여행기간에 전화나 인터넷이 없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 외국 언론에서 결코 볼 수 없던 특별한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북까지 포함해 총 18번 북한 취재를 했던 리플리는 전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전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장의 방문을 허락받은 기자는 20명도 안 된다”며 “원산행 비행기에는 빈자리가 많다”고 썼다. 이어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를 보기위해서는 열차로 11시간, 차로 4시간 그리고 1시간의 등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한국 공동취재단은 이날 남북 직항로를 통해 뒤늦게 방북했다. 리플리 기자는 오후 3시5분 트위터를 통해 “한국 기자들을 태운 항공기가 방금 전 원산에 착륙했다”며 “그들은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비자발급이 거부된 후 마지막 순간에 추가됐다”고 썼다.
북한은 이날 오전 정부가 통보한 취재단 명단을 수용했다. 통일부는 “판문점 연락채널 업무개시 통화 때 우리 측 2개 언론사 기자 8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고, 북측은 이를 접수했다”며 “정부는 방북 승인 및 수송 지원 등 필요 조치를 조속히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취재단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VCN-235)를 타고 동해 직항로를 따라 강원도 원산으로 이동, 외신 기자단과 합류했다. 원산에는 기자단이 머물 숙소(갈마호텔)와 프레스센터가 있다.
앞서 북한은 앞서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5개국 언론사를 초청한다고 해놓고, 한국 취재단에만 방북 허가를 늦게 내줬다. 한국 취재단은 지난 21일부터 중국 베이징에 머물며 입국 허가 통보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 이날 새벽 빈손 귀국한 상태였다. 나머지 4개국 기자단 20여명은 22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원산에 도착했다.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이 시작되는 재덕역까지 거리는 약 416㎞로, 전용열차로 이동하는 데 12시간가량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덕역에서 위로 올라가면 경비 시설과 기술자 체류 구역이 있고 그 위에 갱도 지역이 있는 구조다. 국제기자단은 북한이 마련한 별도 장소에서 갱도 폭파 과정을 참관하게 된다.
이동 시간과 현지 기상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당초 밝힌 대로 24~25일 중 갱도 폭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추가 준비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