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물에 빠진 초등생 2명 구한 남성, 5년 전엔 대학생 살렸다

입력 2018-05-24 14:00

여름이 훅 다가왔고, 더위를 식히려는 이들은 하나 둘씩 물가로 향한다. 구영균(37)씨도 그중 하나였다. 변덕스러운 물은 시원함을 주다가도 태도를 갑자기 바꿔 차갑게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구씨는 그런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초등생 2명을 구했다. 5년 전에도 익사 위기에 빠졌던 대학생을 구하기도 했다.

구씨는 20일 오전 전북 완주의 동상계곡에 가족들과 캠핑을 갔다 허우적대는 초등생 2명을 구했다. 이종사촌인 초등생 2학년, 3학년 남녀 아이들로 휴일을 맞아 가족과 계곡에 놀러왔다가 어른들이 텐트를 설치하느라 잠시 살피지 못한 사이에 변을 당할 뻔했다.

구씨는 두 아이가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본 뒤 즉각 물에 뛰어들었다. 급한 마음에 슬리퍼를 신은 채 달려갔던 그는 바위에 미끄러지기도 했다. 왼손을 다섯 바늘이나 꿰맸고 온몸에는 타박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두 아이의 부모는 구씨의 상처를 보며 “치료비가 나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구씨는 사고 직후 응급치료만 받고 자리를 떠났다.

가족과 계속으로 캠핑을 갔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초등생 2명을 구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상용보전부 소속 구영균(37)씨. 뉴시스

구씨의 사연은 동료 직원들이 팔에 붕대를 한 채 출근한 모습을 보고 정황을 묻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상용보전부에서 일하는 구씨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제 아이들이 생각나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을 봤다면 (누구든) 저처럼 몸을 던졌을 텐데 쑥스럽다”고 말했다.

구씨는 과거에도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5~6년 전 대전해수욕장에서 익사할 뻔했던 대학생 2명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수영을 열심히 배웠다는 그는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누구라도 저처럼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