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서 지난달 20일 설치 이후 가동되지 않고 있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 첫 통화가 언제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 재개 시점으로 언급한 25일 전후가 유력한 상황이다.
북·미대화가 암초를 만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중재외교’를 폈던 문 대통령의 다음 수순은 북한에 미국의 의중을 전달하고,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가 끝나는 25일 이후 남북고위급회담을 비롯해 남북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핫라인 가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중재자’ 문 대통령, 김정은과 통화는 언제?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리비아식 비핵화(선 핵폐기, 후 보상)’를 놓고 불거진 북미 간 갈등을 적극 중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전달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문 대통령의 능력을 굉장히 신뢰한다. 한국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인 게 아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중재자’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도 거듭 인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과 김정은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겠느냐’는 질문에 “보장할 것이다. 그건 처음부터 얘기해 온 것”이라고 확언했다. 협상 방식에 대해서도 “한꺼번에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자신의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체제보장’과 ‘일괄타결’이란 말이 나온 것은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은 열릴지 안 열릴지 두고 봐야 한다. 협상은 어떤 경우에는 가능성이 0(%)이었는데도 100(%)으로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가능성이 굉장히 컸다가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경우에 따라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연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런 미국의 기류를 보다 확실히 알릴 방법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직접 통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빠른 시일 내에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북미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핫라인으로 남북관계 복원 물꼬 트나
당초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될 때만 해도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 의견 조율 차원에서 김 위원장과 첫 통화를 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주 북한이 ‘김계관 담화’를 발표하고, 맥스 선더 훈련 등이 ‘판문점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을 쏟아내면서 남북관계는 얼어붙었다. 맥스 선더는 한·미의 대북 적대시정책 일환이라는 게 북한 측 논리였다. 북한은 다만 “한국과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메시지를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도 북한 발표 내용을 검토해 맥스 선더가 종료되는 25일 이후를 남북대화 재개 시점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에 대화 재개 명분을 주려는 뜻도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체제보장’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에 어느정도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보는듯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이후’라는 시점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을 통해 문 대통령이 25일 이후 지금 교착상태에 있는 부분들이 풀려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련의 굵직한 이벤트 종료와 맞물려 남북대화가 재개될 경우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치른 후 남북 정상이 남북관계 뿐 아니라 북미회담에 대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청와대는 핫라인 가동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핫라인 통화 여부에 대해 “지켜보자”며 “분위기가 바로 바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