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 왕따 주행’ 고의성 없었다… 문체부 평창 감사 결과 발표

입력 2018-05-23 14:20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백철기 감독(왼쪽)과 김보름이 지난 2월 20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침울한 표정으로 나가고 있다. 국민일보 DB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에서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과 관련해 “고의성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문체부는 2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는 지난 3월 26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진행됐다.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내부 폭행사건, 국가대표 선발 및 지도자 임용 부정, 유니폼 선정 및 후원사 공모 부정, 스포츠공정위원회 부당 운영 등이 감사 대상이었다. 문체부는 징계 28건, 경찰 수사의뢰 2건 등 모두 49건에 대한 감사 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받은 분야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팀에서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이었다. 김보름·박지우·노선영은 지난 2월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8개국 중 7위에 해당하는 3분3초7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논란은 경기 내용과 이후의 현장 인터뷰 과정에서 불거졌다. 팀추월은 두 팀이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해 400m를 6바퀴(남자 8바퀴) 도는 경기다. 마지막 3번째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은 김보름·박지우보다 크게 뒤처져 골인했다.

경기를 마치고 현장에서 이어진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보름은 “잘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라고 말끝을 흐리더니 고개를 숙여 ‘풉’ 소리를 내고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와 (노선영의) 격차가 벌어져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보름은 이 인터뷰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문체부는 “특정 선수가 경기 종반에 의도적으로 가속했다는 의혹, 특정 선수가 고의적으로 속도를 줄였다는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공모해 노선영을 따돌리지도, 노선영의 고의적으로 속도를 늦추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문체부는 “작전 수립 과정에서 지도자와 선수들 사이에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보름(앞)과 박지우(가운데)가 지난 2월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결승선으로 역주하고 있다. 마지막 주자 노선영(뒤)은 이들과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국민일보 DB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백 감독은 경기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이 마지막 주자로 들어가겠다고 제안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노선영은 특정 방송사를 만나 백 감독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후 대표팀 내부에서는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문체부는 노선영이 백 감독에게 ‘마지막 주자로 들어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노선영이 자신을 마지막 주자로 세우는 대표팀의 작전을 인지한 시기는 경기 당일이고, 이 작전은 경기 하루 전 다른 선수가 백 감독에게 제안한 것으로 특정감사를 통해 나타났다.

노선영이 대회 개막을 앞두고까지 올림픽 출전권을 놓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행정 오류’는 연맹 직원의 실수로 확인됐다. 노선영은 연맹이 규정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출전이 무산되는 듯 했지만 도핑 전력을 적발당한 러시아 선수 2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출전 승인을 얻지 못하면서 가까스로 대표팀 명단에 올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