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답변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첫 재판에서 내놓은 첫 마디는 “무직입니다”였다. 피고인이 출석하는 첫 공판기일에선 ‘인정신문’부터 진행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이 반드시 수반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첫 재판 때 “무직”이라고 말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첫 재판을 약 1시간 앞두고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22일 구속영장이 발부 된 후 62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왼손에 서류 봉투를 들고 호송차에서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차 공판 출석을 위해 오후 12시58분께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417호 대법정은 꼭 1년 전 박 전 대통령이 첫 재판을 받았던 곳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1년이란 시차를 두고 나란히 같은 법정에 서서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64·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지난 10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23일에 모두진술을 직접 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왼손에 든 서류 봉투에 모두 진술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비자금 조성, 법인세 포탈,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1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약 10분 간 자신이 받는 혐의들에 대해 입장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들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