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은 왜 ‘25일 이후’를 남북대화 재개 시점으로 꼽았나

입력 2018-05-23 10:47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25일 이후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현지시간) 정상회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맥스 선더(Max Thunder)’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는 25일 이후 남북고위급회담을 비롯해 남북 간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고 말했다.

1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 선더’는 북한이 지난 16일 새벽 남북고위급회담을 10시간 가량 앞두고 돌연 취소하면서 내세운 이유 중 하나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해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맥스 선더는 한·미의 대북 적대시정책 일환이라는 게 북한 측 논리였다.

판문점 선언 이후 대남 비난을 자제해오던 북한이 맥스 선더를 빌미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자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국방부 등 관계기관 내 세밀한 조율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청와대도 북한의 발표 내용을 검토해 훈련이 종료되는 시점을 남북대화 재개 시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실제 이유가 맥스 선더인지는 불명확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내세운 건 틀림없다. 문 대통령이 25일을 기점으로 남북 대화 재개를 시도하려는 것은 북한에 대화 재개 명분을 주려는 뜻도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또 궤도를 이탈하는 듯했던 북미정상회담이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은 열릴지 안 열릴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북한과 김정은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겠느냐’는 질문에 “보장할 것이다. 그건 처음부터 얘기해 온 것”이라고 확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전달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이 25일 종료된다는 점도 감안했을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 핵실험장 폐기식은 세계에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이벤트다. 이를 기점으로 핵폐기를 위한 세부 로드맵과 북한의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빅딜’ 협상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은) 한꺼번에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핵실험장 폐기식 행사에 유독 남측 취재진만 거부했던 북한은 23일 기자단 명단을 접수했다. 통일부는 “북측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현장을 방문해 취재할 우리 측 언론사 기자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다”며 “북측은 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남측 취재진은 평창올림픽 전례에 따라 남북 직항로를 이용해 원산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