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긍정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입력 2018-05-23 08:38

‘터널 비젼’이라는 말이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숲이 아닌 나무만 보는 인간의 제한된 시야와 사고를 설명하는 말이다.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볼 때 아주 좁은 시야로 보기 때문에 대상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우울한 사람은 선택적으로 부정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두고 보려 해서 결국 부적정인 생각에 빠지고 우울한 감정이 유발되고 부정적으로 예측한다. 아이를 키울 때도 부정적으로 비판적으로만 보게 된다.

S는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다. 집 밖이나 학교에서는 거의 말없이 지낸다고 해서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S의 엄마는 의사였다. S가 전업 주부인 엄마가 키우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질 것 같고 뭔가 부족할 것만 같아 늘 노심초사했다. 다른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는데 S가 학원에 가지 않으면 왠지 조바심이 나서 하나둘씩 아이의 학원 수를 늘렸다, 그리고 퇴근을 하면 자기 전까지 아이의 공부를 봐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S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따라오지 못하니 무척 속이 상하고 항상 못마땅했다.

이런 엄마의 마음은 S의 자아상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거울로 반사된 듯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에 S는 늘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감이 없고 남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S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주고 S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이든 정당하다고 지지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엄마는 늘 아이가 부족한 면을 보게 된다고 했다. S가 무얼 하던, 어떤 방식으로 하던 평가 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필요하고 엄마와 긍정적인 정서 경험이 필요했다.

아이가 긍정적인 사고를 갖길 원한다면 당연히 부모부터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아이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 역시 그렇다. 7세까지의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볼 수 있는 자아 정체감이 완성되지 않아 타인의 기준에 의해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을 보는 눈이 곧 자기 스스로 자신을 보는 눈이 되는 것이다.

아이의 긍정적인 생각의 습관은 어떻게 키워 줄까? 먼저 흥미 ,자신감, 기쁨 등의 긍정적인 정서를 자극해 주어야 한다. 이런 정서는 탐색 욕구, 기억력, 집중력을 키우는 데, 성취감, 자기 존중감, 의욕, 창의성 등의 인지나 생각의 습관에도 영향을 준다. 정서와 인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달하므로.

그렇다면 긍정적인 정서를 자극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S 엄마처럼 문제를 찾기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 뒤에 있는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 해 주자. 수줍어 하는 아이라면 “생각을 신중하게 하는 구나.” 라고 말해 주자. 둘째, 아이가 흥미를 가진 분야에 대해 관심을 표해 보자,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해서 문제인 아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아이의 관심사에 흥미을 갖고 대화를 시도하면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가 즐거워진다. 그리고 게임 시간을 잘 지킬 때 ‘참을성 있고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라고 말해 주면 된다. 셋째, 실수를 두려워 하지 않도록 실수에 관대해지자.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예측을 해주자. 막연한 예측보다 구체적으로 “오늘도 ~을 잘했지만 다음엔 더 잘 하겠다” 라는 식으로.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