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관세포탈 혐의를 수사 중인 관세청이 최근 대한항공 협력업체에서 2.5t 가량의 물품을 압수했다.
압수한 물품 중에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책상, 의자 등 가구부터 파티용품까지 다양한 물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관세청 인천세관본부 조사관들은 기내식을 납품하는 대한항공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수색 결과 이 업체에는 기내식과 무관한 물품이 대량으로 나왔다.
한 압수물 상자에는 ‘그림’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조 회장은 평창동 자택의 일부를 ‘기타 전시장’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는데도, 최근 자택 압수수색에서 명화로 보이는 작품이 한 점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상자에 담긴 게 고가의 미술품일 가능성이 있다.
또 관세청이 압수한 일부 상자의 겉면에는 ‘KIP’ ‘DDA’라는 코드명이 붙어있었다. ‘KIP’(Korean Air VIP)는 총수일가, ‘DDA’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지칭한다.
압수물품에 이런 코드가 찍혀 있는 것은 조 회장 일가의 밀수 과정을 폭로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과 일치한다.
압수물품 중 덴마크계 유명 디자이너 옌스 리솜의 제품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있다. 이 물품은 조 전 부사장을 의미하는 'DDA'가 쓰여 있어, 조 전 부사장의 물품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리솜이 만든 책상은 해외쇼핑몰에서 1700달러(약 184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다른 압수물 상자에는 ‘CHAIR & ROCKER’(의자 & 흔들의자)라는 표시가 발견됐다. 손 글씨로 '크리스마스 용품' '추수감사절 용품'이라고 적힌 상자도 보였다.
관세청은 2.5t 분량의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소환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