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수사단, 검찰 간부 적시 고발장 ‘대리 작성’, 왜?

입력 2018-05-23 00:12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이 고발장 대리 작성 논란에도 휩싸였다. 수사단은 시민단체가 낸 고발장에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의 이름을 보태 추가 고발장을 작성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단은 “고발 취지에 맞게 고발장을 보강한 것이라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지만, 진상에 따라 징계나 형사처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은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이후인 지난 2월 6일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문 총장 지시로 출범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에 배당됐고, 김 사무총장은 같은 달 18일 수사단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김 사무총장이 애초 낸 고발장에는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수사 당시 춘천지검장이었던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이 피고발인으로 적혀있었다. 그런데 당일 조사가 마무리될 무렵 검사가 “고발장을 추가로 제출하겠나”고 물었다고 한다. 김 사무총장이 “집에 가서 다시 작성한 뒤 내겠다”고 답하자, 검사는 “그럴 것 없이 여기서 작성하자”며 수사관을 시켜 추가 고발장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3명이던 피고발인 명단은 7명으로 늘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이영주 춘천지검장, 전 고검장 출신 변호사, 대검 관계자 및 법무부 관계자가 추가됐다. 검찰 지휘부가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수사단은 “고발인이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고발 취지를 ‘안미현 검사가 주장한 모 든 의혹 내용’이라고 확장했으며, 구체적인 고발 대상이 진술조서에 기재된 이상 서면 고발장을 추가로 제출할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발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수사관이 대신 타이핑을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를 하는 주체인 검사가 처벌을 전제로 한 피고발인 명단을 특정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데다, 그 자체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가 임의로 고발장에 손을 댄다는 건 들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수사단이 검찰 간부들과 법무부·대검 등을 신속히 압수수색하기 위해 ‘셀프 고발장’을 작성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고발장에 이름이 올라가면 입건 절차 등을 거쳐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단은 김 사무총장 조사 이틀 뒤인 2월 20일 염 의원 보좌관 등 10여명을 압수수색했으며, 그 다음날에는 최 지검장과 이 지검장 등 검찰 관계자 6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