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 “반대표 공개하라” 항의댓글 쇄도

입력 2018-05-22 11:37

염동열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국회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국회의원들을 향해 ‘방탄의원단’이란 비아냥거림이 확산되고, “누가 반대표를 던졌는지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상당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드러나자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항의댓글로 쇄도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 하루 만인 21일 민주당 의원들은 후폭풍의 1차 타깃이 됐다. 홍 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75명에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였다. 염 의원은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권 1표, 무효 4표다. 모두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고, 가결 정족수는 138표였다.

반대표가 각각 141표, 172표로 한국당 의석수(113석)를 크게 앞서면서 민주당에서도 상당수의 이탈표가 나왔음이 확인됐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20표 이상 이탈표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탈표 규모는 20~45표로 분석된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민주당 이탈표 명단’을 공개하라는 촉구성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표 의원님 바람과 달리 민주당 내 이탈이 적지 않다.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박근혜 탄핵 표결 때처럼 이번에도 민주당에서 반대한 사람들 공개하라”고 적었다.

표 의원은 2016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자체 분석한 찬반 의원 명단을 페이스북에 올렸었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방탄의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주문이다. “이제 민주당 의원들은 촛불을 입에 올리지도 말라. 민주당 의원들은 촛불 국민보다 적폐 국회의원이 먼저였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표 의원은 “민주당 의원으로서 참담하고 송구스럽다. 오늘 야기된 논란과 질타가 추후 기명투표 원칙 등 국회 개혁 동력으로 작용하길 기원한다”는 글을 남겼다.

표 단속의 책임이 있는 홍영표 원내대표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홍 원내대표의 페이스북에는 욕설과 함께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그 나물에 그 밥” “국민이 추위에 떨며 멍석을 깔아줬더니 이젠 기고만장하다” “오늘부터 지지를 철회한다” 등의 항의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지훈 기자

염동열 홍문종 두 의원의 구속수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검찰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검사장)이 지난 19일 우여곡절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국회 통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권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다. 국회에 제출되는 모든 법안은 해당 상임위를 통과해도 반드시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법안 처리 ‘길목’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는 법사위원장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곧 국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하지만 권 의원은 영장 청구와 체포동의안 제출 상황에도 계속 ‘법률안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채용비리 수사단은 지난달 11일 지인의 자녀 등 20여명을 강원랜드 교육생으로 채용해 달라고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에게 청탁한 혐의로 염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단에게 염 의원 신병 확보는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춘천지검에서 진행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가 외압으로 축소됐다는 주장에 따라 수사단이 꾸려졌고, 강원 지역 현역 의원의 개입 여부는 이번 수사에서 밝히고자 한 핵심 의혹이었다.

한 달이 넘도록 염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기다려온 수사단은 국회 부결이라는 허탈한 결과를 받았다. 국회 통과가 필수인 현역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사단 관계자는 21일 “대검과 협의해 (향후 방침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단은 지난주에는 현직 검사장 2명 기소를 위해 대검과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며 초유의 항명사태를 벌였지만 전문자문단이 불기소 의견으로 결정하면서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사단으로서는 100여일 간의 수사 끝에 수사 외압 의혹은 물론 지역구 의원이 개입한 채용 비리 의혹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부담을 떠안게 된 상황이다.

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경민학원의 횡령 혐의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도 홍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조만간 홍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