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구본무 회장, 곤지암에 ‘수목장’… “재벌가 이런 장례 처음”

입력 2018-05-22 10:15 수정 2018-05-22 10:22

“(재벌가에서) 이렇게 간소하게 수목장을 지내는 것은 처음 보는 듯하다.”

고(故)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에 참석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족은 아니지만 고인과 생전에 가깝게 지내 발인에 참여했다. 장지에 따라가고 싶지만 가족만 참석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해 못 갈 듯하다"고 덧붙였다.

장지는 고인이 생전에 즐겨 찾던 경기도 곤지암 인근으로 결정됐다. 유족들은 유해를 화장한 뒤 이곳에서 ‘수목장’으로 고인을 모시기로 했다. 지병이 악화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후 연명치료를 하지 않은 것,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른 것, 매장 대신 화장과 수목장을 택한 것은 모두 고인의 뜻을 따른 일이었다.

비공개 가족장이어서 문상을 받지 않기로 했지만 빈소에는 구 회장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발인식에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참석했고, 해외 출장 중 소식을 듣고 귀국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범 LG가 인사들도 함께했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 예를 올리겠습니다. 일동 경례."

구 회장의 관이 운구차에 오르자 유족들은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유족과 LG그룹 인사 등 100여명은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영정은 구 회장의 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들었다.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와 형제인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뒤를 따랐다.

상주인 구 상무는 발인이 진행되는 동안 어머니 김영식 여사, 동생 구연경 구연수씨와 빈소를 지키며 외빈을 맞이했다. 운구를 맡은 이들은 과거 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비서들이었다. 이들은 구 회장을 마지막까지 수행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