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미정상회담, 어떤 말 나올지 아무도 몰라… 두 정상만 알 것”

입력 2018-05-22 09:5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22일 정오(이하 현지시간)에 ‘단독회담’으로 시작된다. 통역만 배석하는 이 자리가 사실상 이번 회담의 전부다. 단독회담 후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이 이어지지만 큰 의미는 없다. 북한 문제를 놓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는 데 이번 회담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단독회담과 관련해 “어떤 얘기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두 정상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행 전용기 안에서도 참모들과 별다른 회의를 갖지 않은 채 홀로 정상회담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1일 오후 5시40분 워싱턴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1박2일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일정에 돌입했다.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1박을 하고 22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을 접견한 뒤 정오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이 끝난 뒤에도 공동 언론발표 자리는 예정돼 있지 않다. 두 정상의 합의 도출을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회담이어서 그렇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한미 양자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선호하는 일괄타결 프로세스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 사이의 접점을 찾는 데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반발 배경을 이해시키고, 한·미 공조도 재확인하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세부 로드맵도 조율해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불거진 북·미 간 불신을 털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우선 체제 안전 보장과 관련된 북한의 의중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중대 조치를 취할 경우 완전한 비핵화 이전이라도 미국이 내줄 수 있는 보상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완전한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긴 했는데, 실제 트럼프 행정부와 세부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예상 밖의 강한 요구들이 나오자 주춤하는 것 같다”며 “한·미 정상이 북한에 ‘비핵화를 해야만 경제적 보상 등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비핵화 조율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도 자연스럽게 풀릴 전망이다. 북한이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문제삼아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 취소하고, 탈북자 송환 등 민감한 문제를 들고 나와 한국을 압박하는 건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시한이 합의되고 그것이 이행될 경우 언제부터 제재를 완화한다는 식의 구체적 성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사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한국 정부의 역할”이라며 “문 대통령은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북·미 양측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특유의 판 흔들기 전술에 맞서 한·미가 굳건한 공조를 재확인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