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사망한 듯"…이란 매체 잇달아 의혹 제기

입력 2018-05-21 21:18 수정 2018-05-21 21:33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32) 왕세자가 한 달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란 측이 신변이상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 매체들은 빈살만 왕세자가 지난달 쿠데타로 살해됐을 가능성까지 보도했다.

최근 이란 보수 일간 케이한은 빈살만 왕세자가 지난달 21일 수도 리야드에서 발생한 쿠데타 과정에서 총탄 두 발을 맞았다는 주장이 있으며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케이한은 한 아랍국가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된 첩보 보고서 내용이라며 이같이 전했으나 해당 국가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실존하는 보고서라 하더라도 핵심 내용은 모두 전언이나 추측에 그친다. 이란과 사우디는 중동에서 오랫동안 주도권 쟁탈전을 벌여온 앙숙이다.

빈살만 신변이상설을 제기하는 매체들은 사우디 왕궁 쪽에서 발생한 총성과 빈살만이 모습을 감추다시피 한 상황을 근거로 삼고 있다. 지난달 21일 일부 매체는 리야드의 왕궁에서 대규모 총격이 일어났다며 쿠데타 시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살만 국왕이 왕궁에서 도망쳐 인근 군사시설로 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사우디 당국은 왕국 경비대원이 접근금지 구역에 접근한 장난감 드론을 겨냥해 발포한 것이라며 쿠데타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 16일 이란 영자매체 프레스TV는 총격 소란 이후 사우디 당국이 배포한 사진과 동영상에 빈살만이 없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 후) 처음 리야드를 방문했을 때도 왕세자는 카메라에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는 중동 순방 첫 일정으로 지난달 28일 리야드에 도착해 다음날 압델 알주베이르 외무장관과 살만 국왕을 잇달아 만났다. 이때 평소와 달리 빈살만은 언론에 이름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란 매체 파스뉴스는 17일 “빈살만은 거의 항상 미디어 앞에 등장한 인물”이라며 “리야드에서 발생한 총격 이후 27일간의 공백은 그의 건강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빈살만 왕세자는 쿠데타설이 나온 지 일주일 뒤인 지난달 28일 살만 국왕과 함께 대형 리조트 개장식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가 사우디를 방문한 날이다.

왕세자 개인집무실 책임자 바더 알-아사커는 지난 18일 트위터를 통해 빈살만이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함께 촬영한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알-아사커는 이 사진에 대해 “며칠 전 엘시시 대통령이 주관한 두 형제 간의 친근한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